언론만 보고 있으면 바야흐로 '중소기업 전성시대'가 곧 올 것 같은 분위기다.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 비전 아래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 빼기' 방안을 포함해 140개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경제민주화의 기치 아래 사회적 파장이 큰 중소기업 정책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는 '유통분야 중소 납품업체 보호 옴부즈맨(ombudsman)'을 정식 출범시켰다. 유통 옴부즈맨이 식품과 의류ㆍ패션, 가전 등 6개 상품 분야에서 중소 납품업체들이 대기업 때문에 겪는 불공정 행위를 감시한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도 행정기관의 부당한 규제나 처분으로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기업 옴부즈맨 조직을 강화하고 나섰다. 쏟아져 나오는 중기 지원정책은 대부분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불평등한 갑(甲)ㆍ을(乙) 관계를 바로잡아 경제정의를 실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과연 몇 개나 될까?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330만여개 가운데 종업원 10인 이상 기업은 겨우 10만개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하청이나 재하청 등의 형태로 대기업과 관련이 있는 기업은 7000개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기반을 형성하는 대부분의 풀뿌리 소기업들은 대기업과는 별 상관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인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은 대부분 플라이급인데 정부의 관심은 주로 헤비급과 미들급 선수들에게 쏠려 있는 셈이다. 대기업과 무관한 320만개 풀뿌리 영세 소기업들의 어려움에 대해 직접 현장을 찾아가 들어보고 해결하는 작업, 진짜 '손톱 밑 가시'를 뽑아내는 일을 맡고 있는 법률상 유일한 정부기구는 중소기업법에 명시된 '중소기업 옴부즈맨'이다. 그런데 이 제도는 옴부즈맨으로 임명된 사람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원 맨 밴드(one man band)'로 돼 있다. 중소기업기본법 제19조는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옴부즈맨을 추천하고 총리가 임명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법에 명시된 것은 옴부즈맨 단 한 사람일 뿐 함께 일해야 할 조직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중소기업과 총리실이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법적으로 예산이나 인원 배정의 근거가 없다 보니 공무원 입장에서는 기피 부서가 될 수밖에 없다. 거기다 옴부즈맨이 행정부 내 공무원이 아니라 외부 인사로 임명되다 보니 비공식적 협력도 얻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기 옴부즈맨 조직이 현재와 같은 어정쩡한 상태의 원 맨 밴드로는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은 환경, 위생, 노동, 건축 등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여러 부처와 연관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나 관행은 모두 나름대로의 목적과 정당성이 있고, 이를 바꾸거나 개선하려면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충분한 법적 근거와 부처로서의 권위, 적지 않은 예산과 인원을 가진 조직이 애를 써도 해결이 될까 말까한데 지금처럼 법적 위상이 불분명한 상태로 운영하면 영세 소기업을 위해 손톱 밑 가시를 빼는 작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지원은 창업, 입지, 기술과 자금 지원을 비롯해 금융 규제 완화, 정부 조달 및 판로 확대 개선, 세제 지원, 수수료 및 인증비용 인하, 인력수급 대책 마련 등 여러 부처에 걸쳐 있기 때문에 총괄적으로 이해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조직이나 총리실 산하 조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 옴부즈맨이 이름에 걸맞게 진정한 중소기업 호민관(護民官) 역할을 하려면 일단 법적으로 정당성을 가진 조직으로 재출발해야 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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