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트리니티 '기자가 가봤더니~'

쳔연잔디연습장서 몸 풀고, 다이내믹한코스서 '대통령골프', 맨투맨서비스까지

요새같이 육중한 위용을 자랑하는 트리니티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목표는 국내 최고의 명코스."미션은 간단하다. "돈이 얼마가 들든지 최고의 코스를 만들라"는 오너의 주문이다. 바로 신세계그룹이 경기도 이천에 조성한 트리니티골프장이다. 무려 7년간 공들인 끝에 지난해 10월 조용히(?) 개장했지만 소문만 무성하다. 아무나 갈 수 없기 때문이다. 1년간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오는 4월8일 재개장을 서두르고 있는 안양베네스트와 함께 과연 '국내 넘버 1' 자리를 다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베일에 쌓인 트리니티를 기자가 직접 가봤다.

라운드 전 천연잔디연습장에서 몸을 풀고 있는 골퍼들. 프로골퍼가 상주해 원포인트레슨도 해준다.

▲ '신비주의' 트리니티= 개장한지 반년이나 지났지만 골프장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한국의 오거스타'를 표방하며 당초 10억원대의, 그야말로 'VVIP' 회원모집을 계획했다가 최근의 불황을 고려해 돌연 중단했다는 후문이다. 대신 국내 정, 재계인사 200명만을 엄선해 1년간 회원 대우를 해주는 독특한 마케팅기법을 선택했다. 회원의 시각으로 골프장을 이용해보고 회원권 구매 여부를 결정하라는 '자신감'이다. 일각에서는 안양베네스트처럼 연회원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반 골프장에 비해 2~3배의 건설비를 쏟아 부었다는 점에서 확률은 낮다. 어느쪽이 됐든 '국내 최고의 명코스'가 지향점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그룹의 안양베네스트와 CJ그룹의 경기도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까지 공교롭게도 '범 삼성家'의 골프장들이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이채다.세계적인 코스디자이너 톰 파지오Ⅱ세가 심혈을 기울였다는 코스는 일단 "자연의 흐름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는, 전략적이면서도 다이내믹한 코스"가 모토다. 파72에 전장 7373야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토너먼트 개최도 충분하다. 숲속에서 무아지경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아웃코스 9개 홀과 대형 워터해저드를 우회하며 그린으로 진군하는 인코스 9개 홀의 배합이 절묘하다.티잉그라운드도 6개나 된다. 기량에 맞춰 어떤 곳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페어웨이에도 벤트그라스를 식재했다. 당연히 정확한 샷이 스코어를 지키는 동력이다. 18개 홀 티잉그라운드와 그린에는 해슬리나인브릿지에서 국내 처음 도입했다는 '서브에어시스템(공기통풍장치)'을 구축했다. 겨울철에도 그린이 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직원들의 '고객 감동서비스'가 더해진다.

17번홀 전경. 워터해저드와 벙커의 덫을 넘어 그린으로 진군해야 한다.

▲ "대통령골프가 따로 없네"= 몇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라운드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회원의 초청을 받았다. 지난 17일, 티오프 시간은 10시20분이다. 골프장이 가까워지면서 정문이 닫혀있다는 게 의아했다. "잘못 찾아왔나?"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간 순간 직원이 뛰어나와 "10시20분팀이시지요?"라고 확인하더니 그제서야 입구를 열어준다. 이날 라운드한 팀이 10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진입로를 따라 수려한 경관이 펼쳐지다가 마치 요새같이 육중한 위용을 자랑하는 클럽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프론트에 서서 티오프시간을 확인하는 여느 골프장과는 출발부터 다르다. 편안하게 앉아 서명을 하고, 개인 락카까지 백을 들고 안내해주는 '맨투맨 서비스'가 이어진다. 무엇보다 라운드 전 천연잔디로 꾸며진 야외 드라이빙레인지에서 몸을 풀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프로골퍼가 상주해 원포인트레슨을 곁들여 준다.1번홀(파4)은 첫 홀 답게 무난하지만 좌도그렉홀인 2번홀(파4)부터 서서히 전운이 감돌았다. 3번홀(파3)부터는 그린을 철저하게 엄호하고 있는 벙커가 눈에 크게 들어온다. 전반적으로 페어웨이가 넓어 티 샷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은 반면 IP지점을 놓치면 그린을 공략하는 다음 샷이 어렵다는 게 핵심이다. 자연스럽게 "전략적인 플레이"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8번홀(파4)을 제외한 모든 그린 주위에 벙커와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다. 후반 9개 홀은 '워터해저드와의 전쟁'이다. 12번홀(파4)까지 벙커와 씨름하다가 13번홀(파3)에 접어들면서 '해저드의 덫'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승부가 전개된다. 15번홀(파3)의 그림 같은 수상 그늘집이 잠깐 동안의 안식처다. 마지막 18번홀(파4)이 승부처다. 410야드에 오르막까지 '파온'이 쉽지 않다. IP지점 이후 8개 의 벙커가 도열한 '가시밭길'을 넘어 그린에서 뒤돌아보면 8개의 벙커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마술까지 벌어진다. 라운드 내내 앞 뒤 팀을 만날 수 없는 이른바 '대통령골프'다. 주말에도 티오프 간격이 20분이다. 라운드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길에서 시가 43억원짜리 조형물 '나이트(Night)'를 만날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조각가 토니 스미스의 작품이다. 채색한 강철로 제작한 기하학적인 자태가 골프의 오묘함과 맞물린다. 거실처럼 아늑하게 꾸며진 식당에서 마시는 맥주 맛이 짜릿할 수밖에 없는 라운드로 남았다.

15번홀(파3)의 아일랜드그린(왼쪽). 바로 전에 아주 독특한 디자인의 수상 그늘집이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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