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중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12월5일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을 넘더니 어제(23일)는 전날보다 5.77포인트 상승한 2320.91로 장을 마감했다. 아직 2007년 10월에 기록했던 최고점 대비 37.9% 수준에 불과하지만 오랫동안 침체됐던 중국 주식시장이 상승 국면에 접어들자 현대, 삼성, 미래에셋 등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중국본토 레버리지펀드'를 잇따라 내놓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증시는 정부가 아직도 대대적인 제도개혁을 추진 중에 있어 변동성이 아주 크다. 고수익을 낼 수는 있지만 투자 리스크도 높다. 지난 10년간의 상하이종합지수 추이가 이를 보여준다. 2001년 6월 2200을 넘었다가 2005년 10월에는 1000선이 무너질 뻔했다. 2007년 10월에는 6124.04라는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이후 다시 급락해 2008년 10월에 1800선도 무너졌다. 2009년 1월부터 상승세를 보여 연말에 3000선을 돌파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작년 11월에는 2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중국 주식 투자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여러 번 경험했다. 무엇 때문에 중국 증시는 이렇게도 출렁거리는가? 물론 전례 없던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변수가 있지만 근본 원인은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중국이 안고 있는 제도적 한계에 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증시의 핵심기능은 기업가치 결정과 효율적인 자금조달 및 배분이다. 즉 투자자들은 기업의 가치에 맞는 주가를 지급하고, 기업은 유휴 자금을 모아 가장 수익성 있는 사업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활동을 감시하면서 불량 기업과 경영자는 자연스레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러나 중국 증시는 태생 배경부터 다르다. 공산당은 1990년 11월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1991년 4월 심천 증권거래소를 설립하고 국유기업을 우선 상장시켰다. 하지만 극소수의 지분만을 민간에 개방했다. 계획경제에 익숙했던 정부가 과도한 시장요소를 우려해 증시에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한 규제를 들이댔다. 상장 주식의 종류는 내국인만 투자할 수 있는 A주와 외국인도 투자할 수 있는 B주로 구분했다. 또 증시에서 자유롭게 거래 가능한 유통주와 그렇지 못한 비유통주로 나눴다. 유통주와 비유통주는 원가도 다르게 책정됐다. 비유통주 비중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70%에 달했다. 이처럼 중국 증시의 왜곡된 구조로 인해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못하고 경제성을 무시한 투자가 성행했다. 감시 기능이 떨어져 내부자거래, 분식회계 등 부패가 만연했다. 특히 투자자들의 이익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면서 불만이 폭증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2005년부터 비유통주를 시장에 푸는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공급과잉으로 인한 주가 폭락을 우려해 선별해서 단계적으로 규제를 풀었다. 2016년이면 유통주와 비유통주 구분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3년 후면 중국 증시가 안고 있던 제도적 문제는 해결되는가?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 국유기업이 과연 보유 지분을 쉽게 민간에 내다 팔고 경영권을 넘기겠는가가 의문이다.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지만 통신, 전력, 철강 등 여러 산업에 대한 민간기업의 참여(외국인 투자 포함)는 여전히 크게 규제한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가 남아 있는 한 기업운영의 불투명, 허위정보 유출, 주가 조작, 내부자 정보 이용 등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대폭적인 개방 없이는 중국 증시가 앞으로도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으며 급등락 리스크는 지속될 것이다. 최근 중국 증시 상승에 기대를 거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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