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프리즘]존경받는 기업인 라탄 타타

인도 최대기업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을 두고 얼마 전 '인도 판 정몽구'라는 신문기사가 떴다. '한국에 정몽구 회장이 있다면 인도에는 라탄 타타 회장이 있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필자는 이 기사 제목을 보고 좀 어이없어 했다.  물론 글을 쓴 기자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우리에게 유명한 것처럼 인도에선 라탄 회장이 그만한 명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라탄 회장이 이 기사 제목을 접했다면 느낌이 어땠을까. 아마도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전에 그에게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언론인이 라탄 회장을 세계 최고의 회사로 통하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설적 기업인 잭 웰치에 비유했다. 일종의 칭찬이었다. 그러나 라탄 회장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아닙니다. 저희 그룹은 수익의 3분의 2를 자선사업에 쓰고 있습니다." 타타그룹은 소유구조가 매우 독특하다. 타타그룹의 지주회사인 타타선스 자산의 66%를 자선기관이 갖고 있다. 따라서 수익금의 3분의 2가 자선활동에 쓰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타타그룹의 100여개 자회사들도 지역사회발전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에 비해 GE는 수익을 기업활동의 최우선으로 삼는 회사이다. 잭 웰치는 최고경영자(CEO)로서 대단한 실적을 올렸지만, 직원해고 등에는 무자비했다. 라탄 회장의 부정적 반응에는, 아무리 GE가 세계적 회사라고 해도 수익에만 매달리는 회사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타타와 비교가 안 된다는 자부심이 배어있다.  그런 차원에서 라탄 회장은 정몽구 회장과의 비교도 선뜻 좋아할 것 같지 않다. 잘 알려져 있듯이, 현대차는 대규모 정리해고, 잦은 파업 등 노사갈등이 매우 심한 회사이다. 이에 비해 타타에선 정리해고나 해고 등이 흔치 않다. 노동자들의 파업도 보기 어렵다. 회사의 강요에 의한 강제적 파업 억제가 아니라 자연스런 노사화합의 결과이다.  라탄 회장은 2011년 매출이 100조원이 넘는 인도 최대그룹의 총수이다. 그러나 그가 가진 재산은 1000억원이 채 안 된다. 반면 매출이 타타그룹의 2배 정도인 현대 정몽구 회장의 재산은 7조원에 육박한다.  라탄 회장은 지난 연말 75세로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후임은 44살의 사이러스 미스트리이다. 미스트리는 인도 태생이긴 하지만 국적이 아일랜드계이고 타타가문도 아니다. 150년 가까운 타타그룹의 역사에서 인도 국적도, 타타가문도 아닌 경우는 처음이다. 이는 라탄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이다.  라탄 회장은 인도경제의 문이 열린 1991년부터 약 20년간 타타그룹을 이끌었다. 그가 그룹 최고책임자로서 이룬 성과는 놀랄 만하다. 1991년 23억달러였던 그룹 매출은 2011년 1000억달러가 넘어 43배 성장했다. 순익은 51배나 급증했다. 덩치는 물론 알짜배기 회사로 키웠다는 말이다. 2011년 말 기준 그룹 시가총액은 1991년에 비해 33배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인도 뭄바이 주가지수는 약 8배 증가에 그쳤다.  그룹 수익구조도 완전히 바뀌었다. 타타그룹은 1991년 매출의 단지 5%만을 해외에서 올렸다. 그러나 2011년에는 매출의 60%를 해외에서 벌었다. 전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실적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수행하면서 얻어진 결과라는 점이다. 타타는 사회에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기업이 지속성장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대단한 업적을 남긴 후 은퇴하는 라탄 회장에 큰 박수를 보낸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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