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인사는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밀봉한 명단을 저도 지금 (뜯어보고) 여러분 앞에서 공개했다."27일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차 인선안 발표를 맡은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은 시종일관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그는 테이프로 밀봉된 봉투를 뜯고 명단과 임명 배경이 담긴 종이를 꺼내 읽었다.'깜짝 인사' 기용은 없었지만 '깜깜이 인사'에 적잖은 이들이 놀랐다. 발표 직전까지 기자들은 물론 새누리당 관계자들조차 인선안 내용을 전혀 몰랐다.윤 수석대변인은 발표 이후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아는 내용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는 추후 인수위원 발표 시기도 "(박 당선인이) 밀봉해서 주시면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석대변인이 이렇게 아무 말도 못해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 여론이 터져 나왔다.불통에 대한 지적과는 관계없이 박 당선인의 밀봉 인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 당선인은 인사가 미리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에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지난해 말 비대위원 인선이 하루 전에 보도되자 "어떤 촉새가 나불거렸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4월 총선 때는 공천위원회의 심사 과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공천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유출 경위를 추궁했다.그러면서 박 당선인은 한번 믿고 기용한 사람은 웬만해선 내치지 않는다. 윤 수석대변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 수석대변인은 극우 논객 출신으로 여야 모두에서 지나치게 보수 편향적인 인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통합당이 '임명 철회'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박 당선인은 묵묵부답으로 윤 수석대변인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다.박 당선인이 이런 방식을 고수한다면 현 정부에서 표면화했던 측근 중심의 폐쇄적인 인사 문제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극비리에 인사를 단행해 불필요한 소문을 잠재우고 본인의 철학을 강력하게 드러낼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계층, 세력들에게 검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 '당선인 심기 보좌' 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더 필요한 때다. 오종탁 기자 ta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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