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豚 1000만, 파동 우려'..정부는 '뒷짐'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국내 돼지 사육두수가 1000만마리에 육박했다. 적정 사육두수 850만 마리를 20% 초과한 사상 최고치다. 물량이 시장에 넘쳐나니 값은 연일 하락세고, 축산 농가들은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 지 꿀먹은 벙어리 마냥 수개월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가축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축산농가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총 사육 규모는 993만7000만마리로 1000만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구제역이 창궐해 무려 330만마리를 살처분 하면서 돼지 사육두수가 700만마리까지 뚝 떨어졌지만 '구제역→사육두수 감소→가격 상승→사육두수 급증'의 연쇄 반응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돼지 사육두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는 육식을 위한 대규모 사육이 시작되기 전인 1970년(112만)보다는 9배, 1990년(452만)에 비해서는 두 배 많은 수준이다. 또 330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기 이전인 2010년(980만)보다도 10만 마리 이상 많다.축산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살처분에 따른 사육두수 감소로 2011년 중반 이후 소와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농가들이 사육 수를 크게 늘렸다"며 "특히 돼지의 경우 새끼를 낳기 위해 키우는 모돈(母豚)이 100만마리에 달해, 돼지 사육두수는 올 연말 1000만 마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돼지고기가 시장에 넘치다보니 값은 1년 넘도록 하락세다. 17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날 돼지고기 도매 가격은 1kg당 3231원을 기록했다. 1년 전인 1kg당 6181원까지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반값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한달 전(1kg당 3509원)과 비교해도 약 10%가량 하락했다.농가의 시름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축산농가 관계자는 "사료 값은 20% 이상 올랐는데 돼지 값은 오히려 내려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아무런 대책없이 이대로 방치된다면 대규모 파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선 공급량의 사전 조절이나 비축물량 확대 등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9월 초 돼지 18만마리를 감축한다는 내용의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을 발표한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손을 놓고 있다.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번(9월 초) 대책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 마련한 만큼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후속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촌경제연구원은 사육두수가 줄지 않는 이상 돼지고기 값은 당분간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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