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맞선 '승부사' 박병엽 '그래도 연구개발비 늘려라'

R&D 투자 비율 삼성, LG보다 높아...'기술'만이 유일한 생존법

▲박병엽 팬택 부회장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우리가 살 길은 첫째도 둘째도 기술력이다. 브랜드로 따지자면 어디 가서 명함도 못내민다. 삼성, 애플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최근 임원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기술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 영업 이익의 대부분을 챙기는 상황에서 팬택이 살아남을 방법은 첨단 기술을 담은 좋은 제품 뿐이라는 절박한 상황 인식 때문이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승부사' 박 부회장이 이번에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6년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노키아, 모토로라 등 글로벌 제조사도 나가 떨어지는 등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됐다. 21일 팬택의 2012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팬택은 올 1~3분기까지 R&D 비용으로 전체 매출의 11.36%인 2010억7400만원을 투자했다. 팬택은 지난 한해 매출의 8.89%를 R&D 비용으로 투자했는데 올해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지난해 투자 비율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올 3분기까지 매출 대비 R&D 비용 투자율은 삼성전자가 6.1%, LG전자가 6.06%다. 투자 액수는 삼성전자 8조8737억원, LG전자 2조2695억원으로 팬택보다 많지만 매출 대비 투자율은 팬택이 크게 앞선다.
올 3분기 21분기만에 처음으로 17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박 부회장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지난해말 기업개선작업(이하 워크아웃)을 졸업해 하루 빨리 채권단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그런데도 박 부회장은 R&D를 통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장부상의 흑자에 연연하지 않고 임직원들에게 R&D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내실을 다져야 향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팬택이 최근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삼성전기와 공동으로 개발해 국내 제조사 중 처음으로 1300만화소 카메라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부회장은 위기 때마다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2007년 팬택이 자금난에 처했을 때는 4000억원 규모의 개인 지분을 반납하고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2009년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내놓으며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2011년에는 일부 채권단이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자 사임 의사를 밝혀 조기 졸업까지 이끌어냈다. 팬택 관계자는 "팬택은 시장 상황이 급변할 때 선도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해 변화에 적응하고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선보였다"며 "최근 세계 경제 악화, 스마트폰 쏠림 현상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R&D 투자를 지속하는 등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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