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우 삼성 서울병원 교수, '나는 불행했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우리의 삶은 금융시장과 비슷하다. 예측할 순 없지만 바닥을 치면 반등하기 마련이다. 어려움이 닥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지난 13일 전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을 꽉 채운 2000여명의 청춘에게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 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2살 때 앓았던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장애를 딛고 서울대 의대에 진학, 의사의 꿈을 이뤘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의사 가운을 입게 됐지만 불행은 거듭 박 교수를 찾아왔다. 1999년 당시 7살 이던 첫째 아들의 오른쪽 골반 뼈에서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박 교수는 소아암이 의심되는 상황으로 다리를 절단해야 하고, 그마저 생존 확률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는 동료 의사의 말에 가슴이 무너졌다.성인도 참기 어렵다는 골반뼈주사를 7살 아들이 마취 없이 묵묵히 견뎌내는 것을 보고 박 교수는 아들을 꼭 살려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조직 검사 결과 아들의 병은 다행히 암이 아닌 랑거한스세포(Langerhans' cell) 조직구증식증으로 밝혀졌다. 박 교수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고 마침내 영국의 학술지에서 임상성공사례를 발견했다. 그는 아들에게 임상실험을 적용했고 완치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첫째 아들이 완치됐다는 기쁨도 잠시 또 다른 불행이 둘째 아들을 덮쳤다. 2010년 둘째 아들이 뇌염으로 쓰러져 운동·언어 장애를 앓게 된 것이다. 발병 초기 그는 '이름이 뭐냐, 학교는 어디 다니냐'는 초등학생에게나 던질 질문에도 대답을 못 했지만 현재는 상태가 호전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두 아들이 차례로 병마를 이겨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박 교수는 비로소 다른 사람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 큰 병에 걸린 환자를 보면 솔직히 '내가 발견했다. 진단해 냈다'는 생각에 기뻐했다. 하지만 내 자식들이 아파 보니 비로소 다른 사람들의 아픔이 내 아픔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했다.두 아들의 투병생활은 박 교수를 의료 봉사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박 교수는 지금도 한 달에 두 번, 빼놓지 않고 의료봉사를 나간다. 인도, 아프리카든 장소를 불문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향한다. '절름발이 역할을 맡은 배우가 거리에 나가보니 절름발이 밖에 눈에 안 들어오더라'는 말처럼 박 교수 자신이 환자, 보호자가 돼보니 이들의 삶을 못본 척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끝으로 박승우 교수는 "몸은 단순히 머리의 부속품이 아니라"며 "머리에 지식을 쌓는 데 열중하기보다 가슴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공신닷컴 강성태 대표, 삼성증권 김석 사장, 가수 션과 삼성 직원 강연자로 삼성 디스플레이의 박광현, 김덕기 사원이 나섰다.김민영 기자 argu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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