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ㆍ샤프ㆍ소니 등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 가전 3사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94년 역사의 일본 전자산업 간판기업 파나소닉은 올해 7650억엔(10조4000억원)의 적자로 2년 연속 10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판이다. 샤프도 사상 최대인 4500억엔(6조1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소니만 올해 200억엔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 전망은 비관적이다. 이들 빅3는 불과 최근 5년 사이 이전 18년 동안 거둔 순익을 까먹게 생겼다. 일본 가전 3총사의 몰락은 엔고(高)와 대지진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디지털화에 대한 적응 실패와 자만심 등 기업 내부 요인이 컸다. 다른 나라 경쟁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할 때 내수시장에 안주했다. D램, 리튬이온전지, 액정표시장치(LCD) 등에서 일찍이 시장을 석권했지만 기술혁신에 실패하면서 삼성 등 후발주자에게 밀렸다. 특히 휴대전화 기술개발에 있어 세계 표준과 빠르게 다가오는 모바일 시대를 외면했다. 독자 통신방식과 내수형 제품을 고집하다 결국 안방까지 내주고 말았다. 내수시장만으로도 괜찮은 수익을 내다 보니 세계적인 흐름을 외면하다 스스로 외딴 섬에 갇힌 셈이다. 자만에 빠져 기술개발과 생산과정의 글로벌 트렌드를 무시한 결과다. 다행히 우리 전자산업은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마냥 안심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그간의 성과에 안주해 기술개발을 게을리하다간 일본의 재판이 될 수 있다. 거대 내수시장과 활발한 인수합병을 무기로 중국 전자업체들이 맹추격하고 있다. 중국 레노버는 올 상반기 세계 PC 시장의 15%를 차지함으로써 점유율 1위 휼렛 패커드를 0.6%포인트 차이로 추격했다. 중국 가전 1위 하이얼은 파나소닉 자회사인 산요전기 백색가전 사업부를 사들였다.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 승부는 기술력 싸움이다. 추격자(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선도자(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 정치권과 산업계 모두 일본 가전 3총사의 쇠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치권은 대기업을 개혁 대상으로만 몰아부치지 말고 스스로 경제민주화를 실행하도록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과 인력을 가로채지 말고 공생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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