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의 날'에도 … 여전히 눈치보는 워킹맘들

육아휴직 대신 권고사직 종용하는 방식 여전[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회사에 전례가 없이 제가 첫 임신이다 보니, 부장님이 인사팀과 상의하라네요. 아마 1년 쓴다고 하면 자리 없어질 것 같아요""비슷한 상황으로 저도 3개월 쉬고 나왔어요. 제가 저희 회사에서 두번째 출산이었는데, 상사가 3개월 다 쉴꺼냐고 물어볼 정도였구요. 제가 인사팀에 6개월이라도 쉬고 싶다고 하니 독촉 전화하는 곳에 가고 싶냐고 뼈있는 농담을 했어요""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두달 반 예정하고 후임자까지 뽑아 놓고 기분 좋게 쉬게 됐어요. 그런데 복귀 한달 앞두고 후임과 같이 근무할 경우 두 사람 다 앞으로 연봉을 올려줄 수 없다며 저에게 퇴사를 권유하네요"(10월5~8일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베이비' 게시글 中)새 생명을 품은 임산부들을 축하하고 배려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임산부의 날(10월10일)'을 맞았지만 일하는 여성들은 여전히 임신과 동시에 육아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로 내몰리고 있다.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여성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겠다며 정부가 육아휴직제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상당 수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부담스럽게 여기다 보니 임신한 여성들 스스로가 정당한 요구를 하지 못하거나 먼저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임산부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위와 같은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오고 있다."임신 사실을 알리고 나니 괜시리 부서에서 눈치가 보인다"는 미안함 마음부터 "대체인력이 꼭 필요한 자리인데 회사에서 아무런 대응이 없다",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휴직 처리가 안되고 있다" 등과 같이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도 이어진다.일부 임산부들은 회사가 육아휴직에 난색을 표한다며 "둘째 낳으면 어차피 관둘 각오로 출산휴가 신청서를 냈다", "출산 후 복직이 어려울 듯한데, 차라리 실업급여라도 타게 권고사직 처리해 달라고 해야겠다" 등 자포자기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한다.이같은 사실은 여성 임산부들을 상태로 조사한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한국여성노동자회 임윤옥 부대표가 초대졸 이상의 30대 여성 근로자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으로 권고사직 압력을 받고 있거나 권고사직 당한 여성이 4명, 육아휴직 신청이 어려워 자진 퇴사한 경우가 2명, 권고사직을 당했으나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현재 재직중인 여성이 1명이었다.이들의 직업은 일반 사무직, 간호사, 보육교사, 영양사, 디자이너, 직업상담사 등 지극히 보편적인 경우였다. 별 탈 없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한 사람은 공무원과 사회복지사 2명 뿐이었다.기업에서 육아휴직을 거절하는 사유나 대응 방식은 유사한 점이 많았다. 우선 '육아휴직에 대한 선례를 만들 수 없다'는 이유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대한 방침을 답해주지 않거나 '비용 부담이 크다', '회사 기밀사항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다'며 아예 대체인력을 뽑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이같은 상황에 놓인 임산부들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수개월간 회사와의 실갱이로 지친 상태에서 복직 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또는 태교에 좋을 게 없다는 이유로 먼저 육아휴직을 포기하게 된다.급기야 꼭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마저 흔들리면서 "사직서를 쓰면 서류상으로 육아휴직 몇개월을 보장하거나 권고사직 처리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회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기업들도 임산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중 72.4%가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 '일·가정 양립제도'에 경영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육아휴직(73.1%·이하 중복 응답) 뿐 아니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58.1%)', '산전산후 휴가(53.9%)' 등도 부담스러워 했다.임 부대표는 "중소·영세기업의 경우 여성 근로자의 출산과 육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경제 쇠퇴라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사업주에게 지원되는 육아휴직 장려금을 현실화하는 등 사회적 합의와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인경 기자 ik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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