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라는 생소한 용어가 대통령 선거전에 등장한 이후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기존 경제학이나 정치학에서 사용한 적이 없으니 당연히 그 개념도 정립되어 있지 않은 용어이기 때문이다. 개념이 모호하다보니 너도나도 해석을 하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려 한다. 정체가 불분명한 용어이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있다. 학문적으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모호한 이 용어가 대선 정국의 키워드로 등장한 이유는 '2012년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가 심정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있는 용어를 가져온다한들 '경제민주화'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이미 국민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자신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면서 기대감을 높이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어느 캠프에서 나왔는지 따질 것은 없다. 이제 각 후보들은 개념논쟁을 뛰어넘어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내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요즘 대학은 몸살을 앓고 있다. 기업의 하반기 채용시즌이 찾아온 때문이다. 졸업을 앞둔 4학년생들은 곳곳에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지만 연이은 낙방소식을 듣는다. 그나마 오랫동안 남다른 활동이나 자격증, 경력 등 소위 '스펙'을 쌓아온 소수의 학생들은 나은 편이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좌절과 고통을 겪는다. 많은 전문가들이 취업난의 원인으로 학생들의 눈높이와 실제 일자리간의 '미스매치'를 지적한다. 많은 학생들은 대기업을 목표로 하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은 전체 기업 중 0.1%, 일자리는 15%에 불과하여 취업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일자리의 85%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에서는 반대로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학생들로 하여금 눈높이를 낮춰서 중소기업에 취업할 것을 권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막상 사정을 알고 보면 여의치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차이가 심하고, 경력이 쌓일수록 격차는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1~2년 더 준비하더라도 대기업에서 경력을 시작하는 것이 낫다는 계산인데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다. 또 중소기업에 가더라도 '경력관리' 잘 해서 대기업으로 옮겨가겠다는 속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탓할 수도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인적자원관리에 유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한 비정규직 제도가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만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0개를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창출 경쟁력을 측정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잠재적 일자리 위험국'이다. 세계적 수출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제조대기업 덕분에 산업구조에서 11위를 차지했지만 나머지 고용구조, 직업교육인프라, 정부제도 및 규제, 사회문화 인프라 등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일자리의 질이 낮고,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격차가 커서 고용구조와 사회문화 인프라는 꼴찌를 기록했다. 1위를 차지한 나라는 탄탄한 제조업 및 낙농업 기반 위에 관광, 금융업 등 서비스업이 고루 발달한 스위스(4.07점)였다. 2위는 강력한 수출주도형 산업구조와 기업 주도의 효율적 직무교육 체제, 그리고 강소기업군단을 갖춘 독일이, 3위는 제조업 및 운송업이 균형 있게 발달하고 높은 고용률을 보이는 네덜란드가 차지했다. 우리의 롤 모델이 될 만한 나라가 어디인지, 아니면 우리만의 고유한 모델을 개발해야 할지 심도 깊은 학습과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경제민주화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내는 것 아닌가.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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