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미 공군이 한국공군이 도입할 차세대전투기(FX)의 후보기종인 F-22 랩터 전투기의 결함을 이미 7년 전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미공군은 해결책까지 내놓았으나 군 상부에서 묵살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29일 AP통신이 입수한 군 내부 문서와 실무단 참가자의 이메일 등에 따르면 'RAW-G'라는 이름의 실무단은 2002년 구성됐고 2005년 보고서가 제출됐으나 군 당국은 예산 문제를 이유로 보고서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다.2010년 산소공급 문제 때문으로 추정되는 랩터 전투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뒤 미 공군은 비행을 제한하고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대책의 상당 부분이 2005년 보고서에서 제기한 것과 같다는 점은 이런 의혹을 키운다. 이미 2000년부터 제기됐던 랩터 조종사의 가슴 통증과 기침 발생, 즉 '랩터 기침'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에서였다.이들은 랩터에 장착된 산소발생·공급장치가 조종사에게 산소를 과잉 공급했고, 지속적으로 산소에 과다 노출된 조종사들의 신체가 고고도 비행 등의 특수 환경에서 이상을 일으켰다고 진단했다.이어 이들은 산소공급기의 제어장치를 개량하고 추가 시험을 실시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전투기 1대당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의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2005년에 랩터의 개발 비용은 이미 예산을 훨씬 초과한 상태였고, 돈 문제에 민감해진 군 당국은 이 보고서를 반영하지 않았다.결국 2010년 랩터 전투기의 추락사고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4개월간 비행이 전면 금지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부 장관은 F-22 랩터를 일본에 수출한 시기에 비행 제한은 해제했지만 미 공군에게는 이미 치명타를 입혔다. 일부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조종사들이 산소 부족 문제로 인해 다른 부서로 옮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미 버지니아주 소재 랭글리 공군기지 공군전투사령부(ACC)의 사령관인 마이크 하스티지 장군은 "'아주 적은 수'의 F-22 랩터 조종사들이 더는 이 전투기를 조종하지 않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부서를 옮긴 조종사가 정확하게 몇 명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현재 일본에 배치된 랩터 전투기도 약 1만3000m 이상 상승할 수 없고, 30분 안에 비상착륙이 가능한 곳에서만 비행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강력한 스텔스 성능으로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록히드 마틴의 F-22 랩터는 적 전투기와의 공중전을 위해 설계됐으나 실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주도의 리비아 공습이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는 참여하지 않기도 했다. 이에 미국 국방부도 록히드마틴의 F-35를 겨냥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F35 개발사업의 정부 부책임자인 크리스토퍼 보그단 미 공군소장은 지난 17일 비영리민간단체인 미 공군협회(AFA) 연례 회의에 참석해 미 국방부와 록히드마틴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F35 개발 사업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책임자가 최대의 군수품 계약자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 정부책임자가 이의를 제기한 것은 가격때문이다. 2001년 시작된 F35 개발사업은 당초 2330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후 점차 비용이 늘어나 지금까지 70%가 증액된 3957억달러가 투입됐다. 인플레율을 감안한 금액조정이 있었다고 해도 비용이 크게 부풀려진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보그단 소장은 이날 회의에서 F35 개발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우선 F35는 아직 수많은 시험 비행이 남아 있다. 보그단 소장은 지금까지 필요한 시험 비행의 3분의 1만 진행됐다고 전했다. F35에는 엄청난 양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활용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전체적인 일정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그단은 지적했다.그는 또 전투기 조종사가 착용할 헬멧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헬멧 시험은 앞으로 2-3개월 안에 시행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록히드마틴 헬멧의 결함이 수정되지 않으면 BAE시스템에 대체 주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그단 소장은 F35의 복잡한 부품 공급 시스템도 개발을 지연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현재 한국군의 경우 전투기선정을 하기 위해서는 가격, 시험평가, 기술이전 등을 놓고 평가한다. 시험평가는 자료평가와 실물평가로 이뤄지며 523개 세부항목을 검증하게 된다. 이중 군 운용 적합성평가는 임무별 수행적합성(88개항목), 장비별 운용적합성(155개항목) 등 243개 항목으로 비행데모(DEMO)와 비행테스트를 통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비행데모는 미국 조종사가 F-35A를 조종하고 우리 공군 평가단은 지상 원격계측장비를 통해 전투기의 주요 성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비행테스트는 시험평가단이 직접 비행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지상 원격계측 장비는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할 때부터 착륙까지의 모든 비행 기록을 데이터로 저장하는 장비이다. 이 데이터는 관제탑으로 보내지고 평가요원들은 화면에 시현되는 동작을 보면서 평가하게 된다. 데이터 조작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저장된 데이터는 한국으로 가지고 와서 평가한 뒤 평가 작업이 종료되면 미측에 되돌려준다.공군 전문 요원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시험평가는 실제 대상 기종의 성능을 우리 군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평가 점수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비행 없이는 기동 성능이나 첨단항법 장치 등에 대한 정밀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보잉과 EADS는 우리 공군 조종사에게 실제 비행 테스트 기회를 부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측은 미군 규정에 따라 F-35A의 외국인 탑승이 불가능하다면서 우리 공군의 비행 테스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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