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연체이자와 취득세 감면 혜택 차익 고려해 전략적 선택 필요
▲서울 성동구 금호자이2차 아파트는 9·10 대책 발표 이후 일부 미분양 물량을 털어냈지만 법안 통과 일을 기다리기 위해 가계약만 해놓은 상태다.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9·10 대책 발표한 지 2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정해진 건 하나도 없다. 이제는 문의전화도 끊긴 상태다. 시장을 살린다는 정책이 오히려 시장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어 답답하다."(미분양 아파트 관계자)23일 찾은 서울 일대 입주 예정·미분양 아파트 단지에서는 깊은 한 숨 소리만 들려왔다. 정부가 지난 10일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관련 법안 처리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취득세·양도세 감면 혜택 대상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일부 사업장에서는 잔금 납부 기한이 도래한 계약자들의 전화에 난감할 때가 많다는 하소연이 쏟아져 나온다.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선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 잔금을 납부하고 등기 이전을 마쳐야 한다. 문제는 이 시기가 불투명해 지면서 잔금 납부 기한을 늘려달라는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잔금 납부 기한은 최초 계약한 날짜에서 변경해줄 수 없다는 게 시행사의 입장이다.동작구 미분양 단지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잔금 날짜를 마음대로 미룰 수는 없다"면서 "잔금연체 이자와 취득세 감면 금액 차이를 계산해 보고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보통 잔금 연체이자는 10% 내외다. 분양가 6억원에 계약한 이후 잔금이 2억원 남았다고 가정하면 연간 잔금연체 이자는 약 2000만원(10%)이다. 1달에 166만원 꼴인 셈이다. 법안 통과 상황을 지켜본 뒤 1~2주만 늦게 잔금을 납부하면 연체 이자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반면 이 아파트 계약자가 취득세 감면 혜택(2%→1%)을 받으면 약 600만원을 납부해야한다. 잔금 연체이자와 취득세 감면 혜택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이유다. 9·10 대책을 기회로 삼은 단지도 있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3가에 위치한 '금호자이2차'는 이번 대책 발표를 기회로 중소형 미분양 물량을 일부 털어냈다. 하지만 정식 계약서는 작성하지 못한 상태다. 9·10 대책 법안이 처리된 이후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계약자와 합의했기 때문이다.금호자이2차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전용 59㎡ 2가구 계약이 이뤄졌다"면서 "계약자가 취득세·양도세 감면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가계약만 해놓은 상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호자이2차의 경우 지난 7월 입주했기 때문에 잔금 납부일이 올 연말에 집중돼 있어서 취득세 감면 혜택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 "아파트 수요 자체가 투자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감면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문제는 대형 평형에 있다. 금호자이2차는 소량의 미분양이 남아있는 115㎡를 분양가 8억5000만원~9억7000만원에서 양도세감면 혜택이 가능한 7억3000만원~8억2000만원으로 할인 분양 중이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미분양 중에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이 1만7951가구로 61.9%를 차지한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준공후 미분양이 총 1만241가구이며 8604가구(84%)가 중대형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처럼 9억원 초과 주택이 취득세·양도세 감면 혜택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미분양 해소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동작구 한 아파트의 경우 미분양 물량 중 중대형이 대부분이다. 특히 147~162㎡ 분양가는 9억1000만~9억7000만원으로 전부 9억원을 초과한다. 이 단지의 경우 9·10 대책 발표 이후 꾸준하던 문의 전화도 뚝 끊긴 상태였다. 분양 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책을 발표했는데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중대형을 대상에서 제외시키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어떤 식으로 법안이 통과되든 이미 주택거래 활성화는 물 건너간 것 같다"고 말했다.이영호 닥터아파트 소장은 "9·10 대책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가을 성수기임에도 거래가 없다"면서 "법안 처리 시기와 자신의 현 상황을 고려해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이민찬 기자 leemi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