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매사상 첫 '보물' 등장..'퇴우이선생진적첩'

'퇴우이선생진적첩' 표지

퇴계 이황의 '회암서절요서'. 퇴계가 방대한 주자대전을 섭렵하고 그 요체만 뽑아서 묶어낸 책이다. 상단에 덧붙여진 잔글씨는 고미술 연구가이자 후대 소장자였던 민태식이 연구하며 기록한 것이다.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국내 경매사상 처음으로 지정문화재 '보물'이 등장해 고미술 부분 최고낙찰가 경신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의 글씨, 겸재 정선의 그림이 곁들여진 서화첩인 '퇴우이선생진적첩(退尤二先生眞蹟帖)'. 이 작품은 내달 11일 오후 5시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 서울 신사동 사옥에서 열리는 가을경매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현재까지 국내 경매 고미술 부분의 최고가 기록은 지난해 3월, 마이아트옥션에서 18억원에 팔린 '백자청화운룡문호'다. '퇴우이선생진적첩'은 조선의 대학자 퇴계이황의 친필저술인 '회암서절요 서(晦菴書節要序)'와 우암 송시열의 발문 두 편, 겸재 정선의 네 폭의 기록화 등을 포함해 초본 한 건이 전존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앞뒤 표지를 포함해 총 16면으로 구성돼 있다. 진적첩은 지난 1975 년 5 월 1 일 보물 585호로 지정된 바 있다. 이번 경매에서 이 작품의 추정가는 27억~45억원이다. 이 서화첩의 표지 제목 중 '퇴우'는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을 일컫는다. 우리 선조들의 정신적인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으로 조선시대사의 큰 인물인 퇴계와 우암의 필체도 중요하지만, 첩에 포함된 70대 노경에 든 겸재의 무르익은 필묵 맛이 푹 배어난 걸작이라 평가된다.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

천원지폐 뒷면의 '계상정거도'

진적첩을 펴자마자 겸재 정선의 첫 번째 그림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가 양면에 걸쳐 있다. '계상정거'는 '물러나 시냇물 흐르는 곳 위에 자리를 잡고 고요하게 산다'라는 뜻으로 이황의 호, '퇴계'의 의미인 '조정의 일을 그만두고 시내로 물러나 있다'라는 뜻과도 맞닿아 있다. 이 그림은 1746년에 겸재가 그린 것으로 퇴계가 기거하며 학문을 닦고 제자를 양성하던 도산서당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진적첩에 수록된 네 폭의 겸재 정선의 그림 중 가장 회화적으로 성공한 작품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 그림은 2007년 천원짜리 지폐 뒷면에 인쇄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뒤를 이어 네 면에 걸쳐 퇴계의 '회암서절요서'가, 그 다음 두 면에 걸쳐 우암 송시열의 발문 두 편과 정만수(겸재 정선의 차자)의 부기가 쓰여 있다. 다음 세 면에는 다시 겸재의 그림, '무봉산중도(舞鳳山中圖)'와 '풍계유택도(楓溪遺宅圖)', '인곡정사(仁谷精舍)'가 자리하고 있다. '무봉산중도'는 겸재의 외할아버지인 박자진이 우암을 두 번 찾아가서 고증받고 있는 장면을 담고 있으며, '풍계유택도'는 박자진의 집을 그린 것으로 겸재의 외갓집으로 서첩이 이전돼 있던 것을 나타내고 있다. 서화첩에 수록된 마지막 그림 '인곡정사'는 인왕곡에 있던 겸재 자신의 자택을 그린 것으로 퇴계와 우암의 친필이 마지막으로 전해진 곳이 자신의 집이며, 위대한 선인에 대한 존경과 자신의 집안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있는 작품이다.그 뒤로 이병연의 칠언절구와 임헌회의 후식, 김용진의 제서가 각각 한 면씩 구성되어 있고, 이강호의 발문이 별지로 들어가 있어 표지를 뺀 지금의 총 14면 서화첩으로 완성된다.모든 발문들의 내용과 전승내력은 조선 시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퇴계 이황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여러 소장자를 통해 500년의 역사를 거쳐온 것이다. 퇴계의 손자 이안도에 이어 겸재정선의 외조부와 차자인 박자진과 장만수로 전달됐다. 이후 겸재의 집안에서 나와 소장자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임헌회(1811~1876)가 1872년 입수하며 느낀 심정을 약술한 후식을 기재했고, 이어 고미술연구가인 민태식(1903~1981)이 구입했다. 이후 지난 1973년 민태식과 친분이 있었던 이강호(1899~1980)가 구입해 아들 이영재에게 전달하게 된다. 현재 소장가인 이영재씨는 2009년 9월 국립중앙박물관의 '겸재 정선 展'을 위해 이 작품을 대여한 바 있다.전시는 다음달 1일부터 10일까지. 문의 02-3479-8824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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