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당에서 바라본 풍경. 6명 각자의 개인공간 이지만 같은 곳을 바라 보도록 채광창을 한 방향으로 냈다. <br />
2. 현관에서 거실과 방으로 이동하는 공간을 분리했다.
한 지붕 밑 6명의 가족들은 저마다 다른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 공간은 철저하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곳이다. 6명의 가족. 저마다 생각과 성격이 다르다. 조용한 공간을 원하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의 왕래를 즐기는 가족도 있다. 경기도 의왕시 청계동 512-3번지의 주택은 이런 개성들을 하나로 합친 공간이다. 6명의 가족이 모여 살지만, 각자의 개성과 성격을 모두 반영한 공간으로 다시 탄생했다. 이 주택은 대지 529㎡(120여평), 건물면적 218㎡(66여평)에 2층으로 구성됐다. 주택은 크게는 4개의 공간으로 나눠 가족들 각자의 개성을 담았다. 이점이 공간설계에서부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다.김주경 소장은 “건축주가 제일 먼저 강조했던 부분이 가족 간의 ‘프라이버시’였다”며 “집에서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으로 개성을 요구했다”고 했다. 서재를 중심으로 된 2층 방, 전통 가구로 구성한 안방,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침실,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공부할 수 있는 방 등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공간이 됐다.1층은 거실을 중심으로 좌우로 방을 배치했다. 거실은 복층처럼 천정을 높여 개방감을 높였고 잡음이 2층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중심 공간에 방음창을 설치했다. 1층 천정은 층간소음이 없도록 기존 아파트에 비해 두 배 이상 두껍게 만들었다.2층 역시 좌우로 공간을 나눠 프라이버시를 존중했다. 하나의 동선이지만 출퇴근 시간이 다른 가족들을 위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좌우로 나눴다. 또 각자의 공간에는 수납장을 최대한 많이 설치했다. 숨은 공간이나 이른바 ‘자투리’ 공간에는 어김없이 수납장이 설치됐다. 또 방마다 많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도록 다락을 설치한 공간부터 침대를 수납장 형태로 만들기도 했다.주방도 독특한 볼거리다. 앞 주방과 뒷 주방을 나누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고, 뒷 주방 연기가 집안으로 침범하지 않도록 공조시스템도 만들었다. 이 집은 특이하게 현관에서는 반지층으로, 마당에서는 1층 구조로 만들어졌다. 청계산에서 마지막 자락 공간을 차지했기 때문에 이 같은 구조가 나왔다. 현관에서 들어서면 현관을 중심으로 지하층과 2층으로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도 선사한다.사통팔달 열린 ‘뷰’를 자랑하는 공간이 주택의 가장 큰 매력 하나. 중정이 열려있다. 이 집은 당초 그린벨트 위에 지어진 집이다. 기존에 있는 주택이기 때문에 새롭게 건축할 수 있지만 새로운 주택은 들어올 수 없다.
3. 서재를 중심으로 만든 방. 뒷편에는 자그마한 침실을 벽체 뒤에 숨겨놓았다. <br />
4. 출퇴근 시간이 다른 가족들을 위해 주방은 한쪽 곁에 설치했다. 동선은 옆 마당으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br />
5. 이 주택의 메인에 해당하는 거실. 복층 형태로 천정을 크게 열어 채광은 물론 공간감을 높였다. <br />
6. 1층 작은 방은 놀이방과 침실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br />
7. 2층 방은 당초 좌식설계해 온돌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기존 주택 공간을 제외하면 사방이 이른바 ‘마당’과 정원인 셈이다.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곳에는 온통 초록색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경치가 다르고 이 모든 것을 한눈으로 감상할 수 있어 다른 주택들과는 ‘뷰’의 차원이 다르다. 대지공간이 넓어지면서 좌우로 크게 열어 전원에서 가질 수 있는 ‘장독대’와 고추 말리는 공간도 만들었다.이 주택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자연과 함께하면서 오랫동안 그곳을 지키고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달라는 건축주의 생각이 많이 담겼다. 가능하면 자연과 어울리는 동시에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이어지도록 했다. 이 때문에 기초공사부터 다른 주택과 달리 많은 시간을 들였다. 청계산 자락과 이어지는 동시에 홍수 등 급작스러운 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수로’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또 산사태 등을 대비해 바닥공사를 튼튼하게 만들었다. 이 주택은 진도7까지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여름에 달궈진 열과 상승기류를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이렇게 설계했다 김주경 오우재 건축사사무소 소장&건축사 “건축은 상식이 통하는 집을 만드는 일”“집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건축주를 만나는 일이죠. 건축주의 만남은 또 다른 건축을 탄생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김주경 소장은 이 주택을 두고 ‘재미있는 만남’이라고 했다. 집을 설계하면서 만난 과정들과 결과까지 너무나 ‘정직’했기 때문이다. “처음 찾았을 때 A4종이 한 장에 각자의 공간을 담아왔습니다. 요구사항이 너무 분명해서 솔직히 조금은 놀랐습니다.”요구사항은 간단했다. 가족들 각자의 공간을 달라는 것이다. 가족의 개성이 워낙 강해 서로 다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보통 건축주와 만나서 가장 어려운 과정 중 하나가 건축주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 주택은 사실 어려운 과정이죠. 그러나 건축주가 워낙 간단하게 각자의 공간을 최대한 존중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이 집은 건축주가 기존의 살던 집보다 오히려 작은 편이다. 작은 공간 하나하나를 반영하기 위해서 오 소장이 생각한 것은 서로 배려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사실 이 집은 각자의 공간을 통해 ‘단절’하기보다는 서로 ‘배려’하고 만남을 중점으로 설계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죠. 이 때문에 집 동선 곳곳에 만남을 이을 수 있는 공간을 많이 설계했습니다.각자의 공간에서 한쪽으로 시선이 모이도록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 2층의 채광창을 통해 바라보는 시선은 똑같다.김 소장은 이집을 설계할 때 전원주택이 아닌 ‘도심형 전원주택’으로 설계했다. 전원주택은 도심에서 떨어지면서 잃는 것들이 많다. 도심에서의 삶을 동시에 담기 위해서는 현대적인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각자의 공간은 단조롭게 평화롭기보다는 바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죠. 자연의 풍광을 느끼지만 열정적이면서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적인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했죠.”오 소장이 생각하는 집은 ‘신뢰’다.“신뢰라는 전제조건이 빠지면 좋은 집은 태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신뢰는 건축주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죠. 집은 일방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도 이런 신뢰 때문이죠.”주소 : 경기도 의왕시 청계동 512-3번지면적 : 대지 529㎡(120여평), 건물면적 218㎡(66여평)특징 : 6명의 가족이 각자의 개성을 담은 공간건축사 : 김주경 오우재건축사사무소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최재영 기자 sometime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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