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에 전력수급이 연일 위태위태하다. 여기에 식수 공포까지 가세했다. 전국 하천과 호수에 녹색 조류가 빠르게 번진 탓이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삶이 전방위로 공격받는 꼴이다. 폭염의 여파라지만 공공 인프라인 전기와 수돗물마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전력거래소는 어제 이틀 연속으로 전력수급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려 발령했다. 어제 예비전력은 한때 261만㎾까지 떨어졌으나 긴급 수요관리를 통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문제는 지금이 전력비상의 정점이 아니라는데 있다. 이달 중순에 가면 휴가로 쉬었던 공장과 사무실이 한꺼번에 돌아가면서 전력사용량이 치솟는다. 정부가 8월 셋째 주를 가장 위험한 때로 꼽는 이유이자 '전력 위기의 날'로 부르는 시기다. 8월을 넘긴다 해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작년 대정전(블랙아웃)사태도 9월15일에 일어났다. 전력관리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데다 무리하게 가동한 발전소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국 곳곳에서 녹조가 확산되며 먹는 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북한강 상류에서 발생한 녹조는 서울 식수원인 팔당댐 하류 한강 본류까지 번졌다. 서울시가 지난 1일 잠실수중보 인근 5개 취수원의 수질을 분석한 결과 구의ㆍ암사ㆍ풍납 등 3곳이 조류주의보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는 심해지고 있다. 하류에서 시작된 낙동강 조류도 중ㆍ상류인 대구지역까지 올라왔다. 상황은 심각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다. 확실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전력수급 비상 상황은 기업의 절전을 유도해 수요를 관리하는 식으로 버텨내고 있다. 녹조는 '무독성이어서 끓여 먹으면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한다. 전력이나 녹조나 2~3년 후의 시설 확충이 정부의 유일한 대책이자 구체적 대안이다. 그런 대응과 해명만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없다. 날씨 탓을 하지만 기후변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력과 수돗물은 공공재이자 생활의 기본이다.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무리없이 공급해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 책무임을 정부 책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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