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접대, 폭탄주 대신 음악회를

'접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뿌리 깊은 게 우리 사회다. '접대' 하면 뭔가 은밀하고 부정한 뒷거래부터 떠올린다. 여기에 '술'이나 '골프'와 같은 단어가 붙으면 눈길은 한층 싸늘해진다. 하지만 놀고 마시는 향응성 접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인 접대'도 있다. 기업들이 접대비를 쓰면서 음악회, 스포츠 관람 등 문화접대비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문화접대비를 사용한 300개 기업(대기업 68곳 포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기업의 총 접대비에서 문화접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0.92%에서 지난해 1.36%로 크게 높아졌다. 문화접대비 평균 지출액 역시 2009년 280만원, 2010년 49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530만원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대부분의 기업은 문화접대비 지출에 긍정적이다. 조사대상 기업 중 문화접대비를 늘리겠다(27%)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71%)하겠다는 곳이 98%에 달했다. 경기가 어렵지만 문화접대비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기업의 문화접대비 지출 비중이 높아진 데는 정부의 세제 유인책이 큰 몫을 했다. 정부는 2007년 문화접대비 비중이 전체 접대비의 3%가 넘을 때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해 일몰기간을 연장하면서 지원 법위를 1% 초과로 확대했다. 접대는 기업의 대외영업활동이자 업무추진의 적극적 행태다. 법이 접대비를 기업 활동에 필요한 손비로 인정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접대비 사용이 유흥ㆍ향락ㆍ소비적인 쪽에 치우친다는 데 있다. 문화접대비의 확대는 접대비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한편으로 기업 문화의 품격과 대외 이미지를 밝게 하는 데도 기여한다. 더불어 문화ㆍ공연산업계에 힘을 보태는 사회적 기능도 크다. 문화접대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그 정도는 전체 접대비의 1%를 겨우 넘어설 정도로 아직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연극ㆍ뮤지컬과 같은 공연예술, 도서구입, 스포츠관람 등 문화접대가 널리 확산되기 위해서는 접대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접대를 받는 고객이나 바이어, 접대를 하는 기업의 생각이 함께 바뀌지 않는 한 관행적인 '향응성 접대'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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