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은퇴+아내 폐경기 삐끗하면 황혼이혼으로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남편은 직장에서 부인은 여성에서 은퇴한다. 통상적인 남성의 은퇴시기는 여성의 폐경기와 겹친다.  폐경은 여성이 경험하는 가장 극적인 인생의 전환점이다. 여성성의 상실은 폐경기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신체적으로도 많은 고충을 수반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부인에게 남편의 은퇴는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은퇴는 부부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하며, 남편과 부인 모두 예민한 때 갈등이 촉발될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을 대변하는 말 중 '은퇴남편 증후군'이란 게 있다. 90년대 베이비부머의 대규모 은퇴를 경험한 일본에서 유행한 말이다. 특히 비온 후에 신발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낙엽에 빗대 '젖은 낙엽 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 양상은 은퇴한 남편이 집안일에 너무 간섭하거나 일종의 보상 심리로 '이제 나 좀 챙겨달라'고 요구하며 갈등이 생기는 식이다. 황혼이혼이 꼭 '은퇴남 편증후군' 때문이라 단정하기 어렵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은퇴남편 유쾌하게 길들이기'의 저자 오가와 유리는 남편을 '자립적으로' 키우라고 조언한다. 그 과정을 15가지 절차로 소개하고 있다(표 참조).  반면 폐경기 부인에게 남편이 해줄 수 있는 일도 있다. 적극적으로 의료적 처치를 받게 끔 돕는 것과 여성의 고유한 특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부인의 변화가 낯설다고 "하루 종일 뭘 했다고 피곤해 하냐"거나 "평생 가족을 위해 고생한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와 같은 말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폐경기 우울증은 남편이나 시부모로부터 무시당하고 살아온 여성, 남편의 외도를 경험한 여성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유범희 성균관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과)는 "폐경기 여성은 여성성의 상실감, 떠나는 자식에 대한 허전함을 느끼기 쉽다"며 "사소한 일에 쉽게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퇴 후 행복한 삶에 건강한 부부관계처럼 중요한 건 없다. 남편과 부인이 서로의 입장에서 지원하고 배려하는 것은 향후 50년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대한 전제조건이 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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