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하는 '농심'..'가뭄이어 애멸구까지···'

경기도와 충청권에 발생한 애멸구. 애멸구는 줄무늬잎마름병과 검은줄오갈병 등을 일으키는 매개체로 특히 확산속도가 빨라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수원=이영규 기자]"올해 같으면 정말 농사 못 짓겠다. 30년 이상 해오고 있는데, 올해처럼 심각한 적은 없다." 경기 화성에서 20마지기의 논농사를 짓고 있는 김은수 씨(68)는 올해처럼 농사가 힘들고, '퍽퍽'한 적은 없다고 토로한다. 김 씨의 한탄은 엄살이 아니다. 가뭄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농가'에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논바닥은 104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데다 병충해까지 밀려들자 시름이 더욱 커졌다.  수도권 및 충청권 등 서해안 일대에 볏 잎을 말라 비틀어 죽이는 '애멸구' 비상이다. 이번에는 지난 2007년 경기도와 서해안일대에서 발생한 애멸구보다 밀도가 높다. 이에 경기도 농업기술원은 충청권에서 발생한 애멸구가 확산되자 지난 24일 애멸구 주의보를 내리고 전문가 24명으로 농촌현장기술지원단을 꾸려 긴급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또한 농민들에게 항공방제와 광역살포기 등신속한 방제를 당부하는 등 피해 확산 방지에 혈안이다.  경기도 농기원은 애멸구 박멸을 위한 약제로 ▲명타자 ▲세베로유제 박멸탄 ▲에니원수면전개제 ▲카보설판입제 등을 제시했다.  충남 농업기술원은 이에 앞서 지난 1일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벼 20주당 애멸구가 평균 10~20마리 발생하고 있다며 애멸구 주의보를 발령했다.  충남 농기원관계자는 "애멸구 밀도가 갑자기 높아진 것은 중국에서 발생한 애멸구가 5월 말 저기압을 따라 중국으로부터 날아왔기 때문"이라며 "애멸구에 의해 발생하는 줄무늬잎마름병, 검은줄오갈병은 일단 발생하면 치료할 수 없는 바이러스병으로 피해가 심할 경우 수확량을 50% 이상 감소시킨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줄무늬잎마름병과 검은줄오갈병 등 벼 병충해의 매개체인 애멸구의 확산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점이다. 이미 충남 당진시 정미면, 대호지 등 해안과 가까운 논에서 애멸구에 의한 줄무늬잎마름병이 확산 일로다. 충남 홍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정미씨(58)는 "가뭄도 문제지만, 애멸구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이번 애멸구는 중국에서 저기압을 타고 날아온 것으로 과거의 예를 보면 강도가 무척 세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한편 경기도내 논의 0.2%인 223ha에서 아직 모내기를 못하고 있다. 또 이양한 논 중 0.2%(218ha)는 물이 마르면서 벼가 말라죽고 있다. 경기도는 24억 원의 긴급예산을 편성, 관정과 지하수 개발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번에는 25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생명수'인 팔당호 물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지난 22일부터 4만t의 물을 받아쓰고 있다.이영규 기자 fortun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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