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감정평가업계가 은행과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에 따라 4년간 2200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은행이 정식 감정평가서에 근거하지 않고 대출 업무를 진행했으며 감정평가 업무를 맡기고도 비용은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자체적으로 감정평가 자문서비스를 실시, 심각한 경영상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한국감정평가협회는 감정평가업계와 은행간 불공정 거래 관행이 계속돼 왔고 묵인해 왔다며 더이상은 묵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했다고 13일 밝혔다. 심사청구 내용은 '무보수 탁상감정, 일방적 협약해지에 대한 이의 제기 금지, 현장조사 후 감정평가의뢰 철회시 실비 비지급, 정식 감정평가서 작성 후 감정평가의뢰 철회시 수수료 비지급, 대출실행을 전제로 한 수수료 지급 조항' 등 업무협약 내용 전반이다.감정평가업계가 은행의 횡포라고 주장하는 내용 중 탁상자문이란, 은행이 대출 실행을 목적으로 담보물의 가치에 대해 감정평가업계에 문의하면 감정평가업체가 서류검토만으로 가치를 예측해 은행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은 제공받은 문서탁상감정서를 사실상 정식 감정평가서(감정평가사가 현장조사를 거친 후 직접 작성한 감정평가서)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또 대량·중복 탁상자문서비스를 요청해 감정평가업무를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같은 탁상자문을 지난 한 해 동안 약 135만건이상 무상으로 은행에 제공해 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중 정식 감정평가 의뢰로 이어진 경우는 약 13%에도 미치지 않는다. 은행은 또 감정평가법인이 정식 감정평가서를 은행에 제출했으나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보수는커녕 업무에 소요된 실비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이렇게 쌓인 미수금은 지난 4년간 약 2200억에 달한다. 하지만 은행은 오히려 구미에 맞지 않는 감정평가법인에 대한 업무의뢰 순위를 일방적으로 조정하고 업무를 제한했다. 이에 협회는 지난 7일부터 기존의 문서 탁상자문서비스를 전면중지하고 일정 구간대의 가격범위를 알려주는 구두 탁상자문서비스로 서비스로 대체했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최근 모 은행에서 3개의 감정평가법인에 업무를 주지 않겠다는 부당한 협박성 문자를 전송하기까지 했다"며 "은행의 우월적 지위에 의한 횡포가 계속될 경우 해당 은행에 대해서는 감정평가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지난 수 십 년간 감정평가 의뢰자인 거대 은행에 비해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감정평가업계가 더 이상 은행의 무리한 요구를 견딜 수 없어 생존권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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