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 다른 강남 아이들… '절반은 취학 전부터 영어공부'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강남 아이들과 다른 지역 아이들의 영어 성적에 차이가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역·소득 격차는 영어 실력을 갈랐고 입시와 취업에도 영향을 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문제를 '기회 균등' 관점에서 접근해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희삼 KDI 연구위원은 4일 '영어교육 투자의 형평성과 효율성' 보고서에서 "소득계층별 영어 사교육비에 큰 차이가 나고, 소득이 비슷해도 지역에 따라 영어 노출 정도가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영어 사교육 참여율은 월소득 100만원 이하 가구에서는 20%에 머물렀지만, 500만원 이상 가구에서는 70%에 다다라 4배나 차이가 났다. 매월 들이는 사교육비의 금액은 더 크게 차이가 나 월소득 100만원 이하 가구가 1만6000원을 쓴데 반해 700만원 이상 가구에선 16만3000원을 들여 10배나 격차가 벌어졌다. 지역별 편차는 뚜렷했다. 강남 아이 10명 중 5명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영어 사교육을 시작했다. 시작 시기엔 차이가 있었지만, 영어 사교육을 받은 적 없다고 답한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강남 초등학생의 약 90%는 늦어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영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非) 강남 아이 가운데 취학 전 영어 사교육을 받은 경우는 14%에 불과했고, 같은 비율의 아이들이 '영어 사교육을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영어 사교육을 받은 경우에도 강남 아이들에 비해 시작 시기가 뒤처졌다. 비 강남권에선 초등학교 3학년 이후 영어 사교육을 받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았다.(39.8%)영어 사교육의 편차는 수능과 토익 점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어(0.029) 수능 점수에 대한 1만원당 백분위 상승폭은 수학(0.019)이나 국어(0.022)에 비해 훨씬 높았다. 쉽게 말해 돈을 들이면 점수가 올라간다는 얘기다. 반대로 풀면, 부모의 경제력이 뒤따르지 않는 아이들은 인생의 중요한 출발선에서부터 불이익을 당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현상은 대졸 청년층의 토익 점수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따라서 "저소득층과 낙후지역 학생을 위해 방과 후 교실이나 영어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공교육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아울러 "대학생들이 직무와 무관하게 영어 스펙 쌓느라 희생하지 않도록 기업들도 직무 분석에 따른 영어능력을 요구하는 채용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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