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MBC 100분 토론에 나선 통합진보당 이상규 당선자의 종북(從北)질문 거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 시민 논객이 북한인권, 북핵, 3대 세습에 대한 의견을 거듭 묻자, 그는 "종북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남아있는 사상검증은 양심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질문과 프레임이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당선자로서는 어떤 말을 해도 자신들에 대한 반감(反感)과 오해만 확산시킨다고 판단했나보다.일반 시민이라면 각양각색의 답을 했을 것이다. 북한인권에 아예 관심이 없다는 이도 있을테고 북핵을 찬성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3대 세습에 대해서도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헌법에서 보장한 사상의 자유가 있어서다. 문제는 이 당선자가 일주일뒤 개원하는 19대 국회의원이라는 데 있다. 지역구는 관악을이다. 통진당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당시 민주통합당(후에 무소속 출마) 김희철 후보와 경선을 했다가 조작논란을 빚어 막판에 사퇴한 곳이다. 그는 이 지역구에서 야권단일화후보의 바통을 받아 당선됐다. 관악을 주민들은 그를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 뽑았다. 국회의원은 불체포, 면책특권 등 200여개의 특권과 특혜가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이 보다 더 많고 무겁다. 대북관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유권자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이상규 당선자뿐 아니다. 당 혁신비대위로부터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 이석기ㆍ김재연 당선자도 종북성향논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피한다. 이석기 당선자는 아예 "종북보다 종미(從美)가 더 문제" 라고 했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절차(비례대표 경선부정, 폭력사태)를 인정하지 않고 사퇴를 않고 있다. 민의를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이 유권자의 이런 질문에 답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어디 가서 물어볼 곳이 없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항상 낙태나 피임, 동성애 등이 단골이슈다. 여기에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면 당장 자격이 없는 후보가 된다.통진당 당권파들은 아마 자신들을 둘러싼 논란을 다르게 해석하는 것 같다. 우선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과 민주당과의 연대를 분열시키려는 보수진영의 네거티브전략으로 본 것 같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통진당 사태 이후 연일 통진당을 '까고' 있다. 선거는 전략과 전술의 싸움이다. 인물, 정책, 공약으로 승부하는 포지티브가 필요하지만 승리에 필요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먼지털듯 남의 흠만 찾아내 침소봉대, 무차별 폭로의 막장 네거티브는 부작용만 낳는다. 하지만 남의 헛발질, 자살골을 이용한 네거티브도 엄연한 선거전술이다. 다른 쪽에서는 1950년대 미국을 휩쓴 반(反)공산주의 선풍인 매카시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매카시즘은 미국에 진짜 위협이 되는 공산주의를 축출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정적 제거를 위한 마녀사냥으로 변질됐다. 검찰이 정당의 심장인 당원명부를 확보하고 보수단체들이 종북좌파 국회진출을 저지하려는 촛불시위를 하겠다고 하자 이런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진보진영 모두를 종북주사파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같은 당내는 물론 진보지식인과 진보단체, 진보쪽 매체들까지 등을 돌린 것은 정적제거라고 볼 수 없다. 결국 통진당은 쇄신을 계속해 진보정당의 불씨를 살려야 되고 검찰은 정치검찰의 의혹을 받지 않도록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 논란이 된 통진당 당선자들은 하루빨리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당 혁신비대위가 요구한 사퇴시한이라도 지켜야 한다.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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