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빼는 그리스, 돈 빼는 유럽…비명의 수요일[아시아경제 박희준 이창환 기자]그리스의 유로존(유로사용 17개국) 탈퇴가 공개적으로 거론되면서 세계 자본시장과 상품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유럽 주식시장의 주가는 물론, 원유와 금 등 상품과 유로화가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안전자산인 독일과 미국,일본의 국채는 연일 가격이 급등하고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도 올라 치솟고 있다. ◆그리스 탈퇴 기정사실=유로존에서 그리스 탈퇴는 이제 금기가 아니라 공개석상에서 논의되는 쟁점으로 부상했다.로이터통신은 EU정상들은 정상회의에 앞서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그리스의 탈퇴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할 것을 권고받았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 각국의 재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화상회의를 갖고 각국의 컨틴전시 플랜의 구체적 내용을 열거하고 그리스 탈퇴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대응책을 논의했다.스위스 UBS은행은 그리스 탈퇴 확률을 20%로 예상하고 있다. UBS 알렉산더 프리드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주 내부 보고서를 통해 향후 6개월 안에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확률이 20%라고 본다고 밝혔다.
◆주가·유로 폭락=유럽 정책 당국자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에 대비하겠지만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위험성 높은’ 유가증권을 내던져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전날에 비해 비 2.53% 떨어진 5266.41로 거래를 마무리했고 프랑스 CAC40 지수는 전일 종가 대비 2.62% 하락한 3003.27로, 독일 DAX30 지수는 전일 대비 2.33% 내려간 6285.75로 장을 마감했다.이같은 주가 하락률은 지난 한달 사이에 가장 큰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가했다.악사투자운용의 크리스토퍼 이고 채권시장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에 대해 “진짜 공황같지만 더 나쁠 수 있다”면서 “정책당국자들이 단호고 대규모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진짜 극단적 약세를 목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유로화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지난 1.4분기동안 달러화에 대해 3%나 평가절상된 유로화는 그리스 총선날인 지난 6일 4% 하락한 데 이어 23일 다시 근 1%가 하락해 유로당 1.2544달러를 기록했다.유로화는 2010년 7월 이후 유로당 1.26 달러 수준 아래로 내련 간적이 없었다. 런던 캐피털이코노믹스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줄리언 제섶은 “유로가 마침내 붕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유로 하락으로 자산운용사와 연기금들은 유로 익스포져를 줄이고 달러로 갈아탔다고 씨티그룹은 전했다.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82.06으로 0.5%가 상승하는 등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원유와 상품가격도 급락했다. 유럽의 기준유인 브렌트유 7월 물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날에 비해 2.85달러가 떨어진 1배럴당 105.56달러로 올해 최저치로 떨어졌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7월물도 배럴당 89.90달러로 장을 마감하면서 9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WTI가 9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토드 호르위츠 아담메시 트레이딩 그룹 수석 전략가는 “원유 공급이 늘어나고 달러화가 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80달러 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선호로 獨英美 국채 급등=유럽 주가가 일중 최악의 하락을 경험하고 투자자들이 유럽 주변국 국채라는 위험자산을 버리고 안전자산인 독일과 영국,미국 국채로 몰려들면서 이들 국채의 값은 급등하고 수익률은 거의 매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23일 2년물 국채 45억6000만 유로를 표면 금리 0%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10년물은 수익률이 1.384%를, 30년 물도 사상 처음으로 2% 아래로 떨어져 1.997%를 각각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독일 국채 30년 물 금리는 지난 2010년 5월21일 3.378%였는데 2년 사이에 수익률이 거의 반토막이 났다. 미국 국채 10년 물도 1.715%,영국 10년물은 1.768%를 각각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이들 국가외에 핀란드와 네덜란드의 국채 수익률도 떨어져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면서 “위험투자 회피 성향은 유럽을 넘어 전세계로 퍼지면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희준 이창환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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