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기준에 맞춰 공정위 판단, IT업체 특성 전혀 이해 못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협력사에서 부품을 구매하기로 한 뒤 이를 취소하거나 납기를 지연한 혐의로 과징금 16억200만원을 부과받은 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을 확인한 뒤 행정소송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건설사 기준에 맞춰 공정위가 판단을 내리다 보니 IT업체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2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부당 거래 2만8000여건 중 발주취소는 2만4000건, 이중 78%는 추후 재발주가 이뤄진 부분"이라며 "실제 발주한 부품들을 취소한 사례는 5000여건 정도이며 이것도 모두 협력사의 동의하에 취소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2년간 협력사와의 거래 150만건 중 물품 납기일 뒤에 계약을 취소하거나 생산된 물품을 지연 수령하는 등의 부당 거래가 2만8000여건에 달한다고 밝히고 과징금 16억200만원을 부과했다. 삼성전자는 총 2만4000여건 중 78%인 1만9000여건은 발주 취소 뒤 재발주를 통해 정상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지적한 4000여건의 생산 물품 지연 수령의 경우 발주 취소 과정에서 업체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20주 동안 사용할 부품과 수량을 미리 예측한 뒤 이를 전산을 통해 협력사에 공개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2~3주 동안 매일 어느 정도 수량의 부품이 필요한지 일일 생산계획을 세운 뒤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발주 취소가 발생할 경우 발주변경시스템을 이용한다. 협력사가 동의하면 발주는 취소된다. 동의하지 않을 경우 발주한 자재를 모두 입고하고 대금을 지불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부품을 지연 수령하게 되는데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이자도 모두 지불했다고 밝혔다. 즉, 공정위가 지적한 2만4000여건의 발주 취소 중 5000건만 실제 발주 취소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나머지 발주 취소건 역시 협력업체의 동의를 얻은 채 진행됐으며 동의하지 않은 경우만 절차상의 문제로 물품 수령이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물품 수령 지연 역시 이자까지 지불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는 IT업체의 경우 어제까지만 해도 잘 판매되던 제품이 갑자기 판매가 줄어드는 경우가 빈번해 발주 취소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현 발주 취소시 과징금 산정 기준이 건설업 위주로 만들어진데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건설업의 경우 건물을 올리기로 했으면 기한내에 건물을 완성시켜야 되지만 IT업의 경우 상황이 전혀 다르다"면서 "같은 부품이라도 이번주는 필요가 없다가도 다음주부터 갑자기 사용량이 많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생산 물량과 일정, 계획도 수시로 바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주가 취소된 협력사 입장을 살펴봐도 월, 분기 단위로 총 발주수량의 변동은 거의 없었다"면서 "(공정위가)실제 발주 취소 비율도 공정위가 잘못 산정했고 협력사의 피해도 공정위가 말하는 것 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설명도 일리는 있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선 발주 취소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공정위 역시 이점에 맞춰 삼성전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발주 취소가 일어난 경우를 모두 부당거래로 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공정위의 의결서를 전달받지 않은 상황이라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긴 어렵다"면서 "의결서를 받아본 뒤 행정소송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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