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야권연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에 이어 폭력과 분신 사태 등 상식을 초월하는 '구태 정치 백화점'의 모습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자 야권연대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민주통합당 내에선 12월 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넘어 조기 단절론과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16일에는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서 4ㆍ11 총선의 야권연대를 '실패한 연대'로 규정한 총선 평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연대는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15일 야권연대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4.1%는 야권연대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찬성한다'는 답변은 20.2%에 그쳤다(잘 모르겠다 응답은 25.8%). 민주당 내에서도 12월 대선의 승리를 위해서는 야권연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는 지난 총선 패배의 핵심 원인으로 야권연대의 실패를 꼽았다. "선거 직전의 야권연대는 유권자를 '정치적 볼모'로 삼은 것"이라며 "진보진영의 불법행위에 대한 자기 합리화가 야권 진영 전체에 타격을 준 파괴 행위였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초 '대선 야권연대를 위한 통합진보당과의 연립정부 구성'까지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총선 패배와 통진당 사태로 인해 당내에서는 야권연대 전면 재검토론이 힘을 받고 있다고 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보고서도 민주당 집권을 위한 대선 과제로 "야권연대 협의기구를 조기 발족해 연대 방안을 확정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당내에서도 치열한 찬반 논쟁에 불이 붙었다. 특히 박지원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야권연대 파기 가능성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후보들의 상당수가 야권연대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 야권연대는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통진당 사태와 관련 "야권연대를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현재 진행 상태로는 어둡게 전망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통진당 내에 2개의 비대위가 출범하는 모습을 어둡게 본다고 해석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가 야권연대 파기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그는 '원만한 수습을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되풀이 했었다.김한길 후보는 "사태가 수습되는 걸 보며 (야권 연대를)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고 했고, 조정식 후보는 "진보당이 빨리 변모하지 않으면 6개월 앞둔 대선을 망칠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문용식 후보도 "진보의 한 축으로서 진보당의 영향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권연대 찬성파인 우상호 후보는 17일 SBS 라디오에 나와 "범야권의 단일후보를 통해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대선승리를 이루자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며 야권연대 재검토론에 선을 그었다. 이해찬 후보도 15일 "야권연대 지속 여부는 사태 수습 뒤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찬성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차기 지도부가 꾸려지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제주해군기지 문제, 대기업 출자총액제한 등 정책연대를 포함한 야권연대 전반에 대한 검토를 하게 될 것"이라면서 "통진당 사태가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야권연대는 더욱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종일 기자 livew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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