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과거형 언어와 실패한 리더십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최근 사퇴를 결정한 윤석근 한국제약협회 이사장 사례는 시대의 요구를 읽지 못해 실패한 리더십의 전형이다.그는 선거라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사장에 선출됐다. 그러나 2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반강제적으로 물러났다. 애초부터 그 자리는 윤 이사장이 앉아서는 안 될 자리였다. 상위 제약사와 중하위 제약사 간 갈등, 약가인하라는 외부사건이 그의 실패를 설명하는 문구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2012년 현재 '제약협회 이사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의미를 윤 이사장이 잘못 해석한 데서 출발한다.제약산업은 110년 역사를 거치며 성장했다. 그 사이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꾼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중대한 변곡점에서 일부는 흥했고 누구는 망했다. 그렇게 한 '챕터'가 넘어가면 산업의 지도는 새로 그려졌고, 새 시대에 맞는 비전과 기업이 등장했다.앞으로 3∼5년 동안 제약산업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편될 게 분명하다. 지난 110년 간 업계가 공유한 상식과 질서는 모두 과거의 것이 될 것이다. 업계가 추구하는 비전도 바뀌고 업계를 이끄는 기업들의 면면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하다.제약업계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기업, 연구지향적 기업, 충족되지 않은 의학적 요구를 해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 중심으로 업계가 변화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이런 중대한 변화의 출발점에서 업계를 이끌 가장 적합한 리더십은 무엇일까. 당사자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최소한 매출액 600억원 기업의 윤석근 이사장은 아닐 것이란 데 많은 사람이 동조할 것이다. 그가 제시한 비전도 나름 일리 있는 것이었을 테지만, 그것은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한 '과거의 언어'로 쓰여진 종류였다.표면적으로 보면 상위 제약사 대표들이 감정적으로 그를 '따돌렸고', 이를 견디지 못한 윤 이사장이 '백기'를 든 게 이번 사건의 전말이다. 하지만 윤 이사장을 끌어내린 건 '못된 형님들'이 아니라 너무 변해버린 시대일지 모른다.이는 비단 제약산업에만 적용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사회가 큰 변화를 경험하는 건 그럴 만큼의 에너지가 축적됐을 때이고, 새로운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은 혼란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변화시킨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변화를 발전의 계기로 연결하는 데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런 선택을 한 것도 순리라고 한다면 별 할 말 없다. 하지만 우리가 또 한 번 도약해야 할 중대한 시점에 이른 것이란 데 동의한다면, 윤 이사장 사례는 시대가 원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돼야 한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신범수 기자 answe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