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과 선긋기 나선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이 정운찬 전 위원장과 선긋기에 나섰다. 정 전 위원장이 추진했던 이익공유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한편 자신이 이끄는 동반위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동반위 정책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30일 유 위원장은 서울 강남 노보텔에서 열린 제15차 본회의에서 "이제 동반위는 총론이 아니라 각론이 필요한 단계"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4일 신임 위원장으로 추대된 그는 이날 첫 외부 행보에 나섰다. 회의는 대기업 위원 4명 등 6명이 불참하며 총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유 위원장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불균형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동반성장 같은 해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취임 소감을 밝히면서도 정 전 위원장이 추진했던 초과이익공유제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 전 위원장이 일을 참 많이 했다"면서도 "초과이익공유제는 처음에 어휘가 등장할 때부터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동반위 같은 사회 의견 수렴기구는 무엇을 할 것인지 콘텐츠를 정한 뒤 그 바탕 위에서 합당한 용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나 초과이익공유제는 확실한 콘텐츠나 구체적인 행동 양식이 나오기도 전에 이름부터 정해버린 격이었다"고 지적했다. 초과이익공유제 주장이 콘텐츠가 부실한 상태서 성급히 나왔다는 말이다. 또 그는 "초과이익공유제의 지난 행보를 가만히 보니 용어가 협력이익배분제 등 점차 변하더라"며 "논의를 거치며 콘텐츠를 다져가는 과정 속에서 이름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정 전 위원장이 바랐던 '협력이익배분제 명문화'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정 전 위원장은 지난 2월 기자들과 만나 "협력이익배분제를 성과공유제처럼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상생법)에 포함시키고 싶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유 위원장은 "정 전 위원장이 만들어 놓은 바탕 위에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짤 것"이라면서도 "동반위가 추진할 업무의 콘텐츠를 종합해 본 뒤 (협력이익배분제 명문화가 바람직한지) 한 번 보겠다"고 말했다. 이익공유제 대신 유 위원장이 동반성장 모델로 선택할 카드는 성과공유제가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이미 그는 이날 공식 행보 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동반성장은 포스코식 모델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식 모델이란 성과공유제를 뜻하는데, 정 전 위원장이 "언 발에 오줌누기"라며 비판했던 제도다. 유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이 강력히 비판했던 제도를 "이상적"이라며 칭찬하고 나선 상황인 셈이다. 포스코 사외이사 출신인 그를 두고 대기업 측 입장에서 동반위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대기업 자문을 맡았던 게 사실이지만, 그만큼 중소기업 자문도 맡아 왔다"며 "현재도 중소기업중앙회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만큼 내가 한 쪽에 편중됐다고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날 그는 최대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인들을 많이 만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기업인들을 찾아가 만나고 얘기를 듣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중소기업계 일부서는 지난 2년간 동반위가 만들어 왔던 성과가 사라지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 전 위원장이 이름을 협력이익배분제로 바꿔가면서까지 기어코 도입한 게 이익공유제"라며 "성과공유제는 그동안 재계가 도입을 원했던 제도인 만큼 향후 동반위가 대기업 쪽으로 쏠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용어설명-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협력사와 연초 목표 이익을 정한 뒤 연말에 초과이익을 협력사들에게 기여도에 따라 배분하는 식이다. 반면 성과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사가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그 성과를 나누는 제도다. 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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