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내가 키워' 영월 한우마을 8년, 年100만명 맛본다

다하누촌은 강원도 영월과 경기도 김포의 정육판매점에서 고기를 구매해 인근 식당에서 차림상비용을 내고 구워먹는 시스템으로 한우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다하누, 프랜차이즈의 변신..식품기업으로 영토확장[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경쟁이 치열한 요식업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외형과 수익확대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새 분야에 진출해 '대박'을 노리기도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안전한 길을 택한다. 성장을 위해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택하는 비교적 안전한 길은 새로운 브랜드 출시다. 그러나 중소형 프랜차이즈 기업의 경우 기존 시장에서의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수준 미달로 문을 닫기 일쑤다. 해외시장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지만 시장조사 부족과 준비 미흡으로 손을 털고 나오는 사례도 많다. 형 만한 아우가 없기 때문일까. 최근 들어 기존 사업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꾸준한 성장이 가능한 유사 업종 진출이 늘고 있다. 한몫을 노리는 대신 자사 브랜드의 강점을 살리고 기존 유통망이나 홍보 채널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한우전문기업 '다하누'다. ◇'노량진시스템'으로 한우마을 만드니 연간 100만명 찾아'다하누' 최계경 회장(사진ㆍ49)은 일주일에 나흘 이상을 강원도 영월에서 보낸다(천호동에 있는 사울사무소에는 가끔 들른다). 고교 졸업 후 상경한 최 회장이 고향인 영월군 주천면에 다시 터를 잡은 건 8년 전이다. 1990년대 삽겹살 프랜차이즈 계경목장으로 히트 친 최 회장은 2004년 이곳에 농업회사법인 다하누를 세웠다. 그는 고향마을 한우 사육농가와 도축장 등을 돌며 아이템 구상을 거듭하다 2007년에 '영월다하누촌'이라는 한우마을을 열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거래 시스템으로 유통마진을 줄였습니다. 그 결과 다하누는 매년 50%에 가까운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영월 한우마을을 찾는 방문객도 연간 100만명이 넘지요."2009년에는 김포시 월곶면에 영월다하누촌과 똑같은 한우마을을 조성했다. 영월다하누촌을 본 강경구 당시 김포시장이 지역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영월군에 도움을 요청했고 최 회장이 손을 맞잡았다.

영월다하누촌을 찾은 관광객 모습

영월다하누촌에는 쇠고기 정육판매점과 식당 60곳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정육판매점에서 한우를 구입한 방문객들이 바로 옆 식당을 찾으면 1인당 3000~4000원의 상차림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식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회를 떠 수산시장 내 식당에서 먹는 것과 같은 '노량진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다. 당일 여행 관광상품을 이용해 평창 허브나라와 대관령 양떼목장을 들르는 중간 다하누촌에서 한우로 점심을 먹는다. 영월다하누촌은 KBS 로드버라이어티 '1박2일'에 3번이나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그 덕에 최 회장은 영월군으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비슷한 매장이 김포에는 40곳 있는데 대부분 가맹점과 일부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접근성이 좋아 연간 방문객이 400만명을 넘어섰다. 최 회장은 전북 정읍의 산외마을 한우마을을 벤치마킹했다. ◇한우 육가공품 기내식으로도 팔려지난해 10월에는 고기백화점 'AZ(에이젯)쇼핑' 문을 열었다. AZ쇼핑은 판교점(성남시 수정구 사송동)과 지하철 8호선 수진역점(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이 있는데 판교점에는 120명이 동시 이용할 수 있는 피크닉 테이블을 설치해놨다. 다하누촌과 같은 시스템으로 쇠고기는 물론 닭ㆍ오리ㆍ양고기 등 모든 육류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브랜드명은 최 회장이 직접 지었다. '고기의 모든 것(A에서 Z까지)'을 다루고 싶다는 의욕에서다.다하누는 한우 가공품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는데 이것이 변신이다. 다하누의 변신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또 하나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대표적인 육가공품은 곰탕과 장릉왕떡갈비, 스테이크, 육포 등 쇠고기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이다. 다하누곰탕은 대한항공 국제선 1등석에 식사메뉴로 제공된다. 매달 1만봉(1봉=600㎖) 이상 팔린다. 육포는 KTX에서 판매된다. 다하누는 요즘 신제품 다하누스테이크를 밀고 있다. 최 회장은 연 매출액 230억원 중 20억원 가량을 육가공품에서 올리고 있다."기업이 덩치를 키우려고 이형(異形) 업종에 까지 손을 대는 사례가 있는데 때론 달콤한 꿀이 아닌 독이 되는 경우가 있죠. 저는 유사 업종에서 강점을 살리는 길을 택했습니다" 

최계경 다하누 회장

다하누는 지금까지 육가공품 생산을 아웃소싱(외주)으로 해왔는데 앞으로는 이곳에 공장을 새로 지어 직접 생산, 공급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영월다하누촌과 멀지 않은 곳에 공장부지(1만2000㎡)를 마련했다. 다음달 착공하면 내년부터 생산이 가능하다. 이 공장에서는 곰탕을 비롯해 설렁탕, 갈비탕, 꼬리곰탕 등 탕류에서부터 냉면육수, 육포 등 한우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모든 제품이 개발되고 생산된다. 소도 직접 키우기로 했다. 최 회장은 영월에 사둔 목초지를 이용해 올 7월 한우 300두(마리)를 직접 사육하고 1등급 이상의 품질 좋은 한우를 공급할 계획이다. ◇"생산ㆍ유통ㆍ마케팅 손잡으면 리스크없이 안전한 투자 가능해"한우 유통과 판매를 관광상품과 연계해 매출을 올리던 다하누가 육가공품으로 재미를 보는 것처럼 다른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기존 사업영역의 강점을 살려 안전하면서도 확실한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놀부보쌈과 부대찌개로 잘 알려진 '놀부'는 지난해 식품기업 '팔도'와 손잡고 '놀부부대찌개라면'을 내놨다. 부대찌개로 유명한 놀부와 라면을 만드는 팔도가 브랜드, 생산, 유통 분야의 강점을 살려 결합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놀부부대찌개라면 봉지면은 한달에 70만개 이상 팔린다. 놀부는 이달에 이 제품의 사발면 버전인 큰컵(110g)을 신제품으로 내놨고 하반기에는 소컵(65g)을 출시할 계획이다. 놀부 직영점에서는 놀부도시락도 파는데 지난해 12월부터 놀부보쌈 도시락만 팔다가 반응이 좋자 이번에 메뉴를 3가지로 늘렸다. 놀부보쌈ㆍ놀부불고기ㆍ놀부보쌈&불고기 도시락을 내놨는데 가격이 7000~9000원으로 싸진 않지만 반응은 괜찮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 테이크아웃, 배달 주문 시스템을 활용해 위험 부담없이 사업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도시락에 들어가는 반찬과 밥 등은 기존에 파는 보쌈 메뉴 식자재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별도로 손이 가지도 않는다.이용일 놀부NBG 부장은 "지금은 직영점에서만 판매되지만 반응이 좋을 경우 가맹점에서도 취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죽 전문브랜드 본죽(법인명 본아이에프)은 편의점 훼미리마트와 제휴해 냉장 즉석 죽을 팔고 있다. 지난 2월 본죽이 내놓은 '아침엔 본죽'(5종)은 3000원대 가격에 편의점에서 팔리고 있다. 편의점에서 끼니를 찾는 직장인들을 겨냥, 프랜차이즈 기업과 편의점의 강점이 결합된 제품을 선보였다.이홍구 창업피아 대표는 "각 분야의 전문기업들이 개별 기업의 특ㆍ장점을 무기로 제휴하는 경우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외형이나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기업과 유통ㆍ제조업체들이 손잡고 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김민진 기자 asiakm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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