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4회 월-화 밤 9시 55분 점입가경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전형적인 캐릭터와 사건을 급하게 보여주었던 1회, 주인공들에게 닥친 갑작스런 고난을 지루하게 펼쳐놓은 2회, 덜컹거리는 이야기 속에 우연이 남발되었던 3회에 이은 <패션왕>은 여전히 시간을 거꾸로 달려간 듯한 드라마다. 그러나 <패션왕>의 진짜 문제는 단지 90년대 인기 트렌디 드라마를 썼던 작가들이 아직도 그 시대의 감수성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이클이 우연히 만난 영걸(유아인)의 재능에 반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을 제안하는 과정을 비롯해 <패션왕>에서 패션, 아니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엉성한 시침질에 가깝다. 툭 하면 직원을 자르라고 말하는 재혁(이제훈)이 옛 여자친구 안나(권유리)를 자신의 브랜드에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한 뒤 뉴욕 컬렉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데려오는 것은 고집 센 재벌 후계자 캐릭터의 예상 행동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이 큰 줄기의 사건을 구성하는 순간들의 리얼리티가 떨어지면서 이야기는 힘을 잃는다. 수없이 ‘명품’임을 강조하면서도 전혀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 의상과 소품, 전형적이면서 과장된 연기로 일관하는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캐릭터 등 헐거운 이음매들이 하나하나 모인 결과다. 행운을 손에 넣기 직전 체포되어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 영걸에 이어, 뉴욕패션스쿨에 다니고 있던 가영(신세경)이 갑자기 한국 땅에 떨어져 봉변을 당하게 된 정황을 시청자가 추측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불친절한 편집과 OST의 과잉도 더해졌다. 무성의한 디자인과 재단에서 좋은 옷을 만들어낼 수 없듯 멜로도, 코미디도, 갈등도, 열연도 소모된다. <패션왕>의 메이크오버가 시급한 이유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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