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WB) 차기 총재로 사실상 내정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를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 두 명의 경합자가 있지만 미국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김 총재 선임은 확정된 셈이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에 이어 주요 국제기구의 수장에 한국계가 한 명 더 탄생하는 것으로서 큰 경사다. 오바마 대통령이 김 총장을 총재 후보로 지명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두루 작용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세계은행 총재를 유럽과 미국이 각각 독식해온 데 대한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그 하나다. 아시아 중시 전략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 총장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첫 아시아계 총장 후보로 발탁되는 파격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미국으로 간 이민 1.5세인 김 총장은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행동하는 리더'로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TO) 에이즈 국장을 거쳐 아이비리그 명문 다트머스대 총장에 오른 건 그 능력과 경륜을 인정받은 결과다. 20년 넘게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지에서 에이즈와 결핵 퇴치에 매진해 온 '글로벌 보건 운동가'라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김 총장이 보건 외에 경제에 대한 배경지식은 없어 세계은행의 광범위한 이슈를 감당하기에는 경험의 폭이 좁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세계은행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사실을 간과한 단견이다. 세계은행의 역할은 개도국의 경제개발 지원 위주에서 빈곤국의 질병과 가난 퇴치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보건 운동가인 김 총장은 변화하는 세계은행 총재에 적격이다. 세계 각국이 환영하고 주요 언론이 '이상적인 선택' '고무적인 일'이라고 논평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 총장은 후보 지명을 받고 "국가와 세계에 봉사하고자 수락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의 역할은 경제위기와 빈부격차의 심화 등으로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세계화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개선하고 기아와 빈곤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모쪼록 김 총장이 봉사의 리더십을 발휘해 세계은행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기를 기대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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