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시한폭탄 가계부채가 진짜 터져버린다면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최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지난해 말 가계부채 총액이 912조 9000억원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 총액은 가계 대출, 카드사와 할부금융사 외상판매를 합한 액수다. 900억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 가구당 4560만원 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꼴이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은행 가계대출을 엄격화했다. 그러자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났다. 2010년에 비해 제2금융권 대출이 13.7% 늘어났고, 보험사나 기타 금융기관 대출도 6.8% 증가했다. 지금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이다. '화차'는 이 시한폭탄이 터져 버린 상황을 추리소설의 틀을 빌려 풀어낸다. 휴직중인 형사 혼마 뼞스케는 친척 청년에게 사라진 약혼자 세키네 쇼코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승낙한 혼마는 곧 세키네 쇼코가 '가짜'라는 것을 깨닫고 당혹에 빠진다. 진짜 세키네 쇼코는 사라졌고, 혼마가 뒤쫓는 여성은 세키네 쇼코의 삶을 훔친 인물이었다. 미야베 미유키는 사회 문제를 대입한 추리 소설을 연달아 선보여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불린다. 그 중에서도 '화차'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미야베는 한 여성이 신용카드와 소비자 금융의 덫에 걸려 인생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경위를 치밀하게 재구성한다. '화차'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는 희미해진다. 다른 사람의 삶을 훔친 범죄자 역시 현대 소비사회의 덫에 걸린 피해자다. 작가는 등장 인물의 입을 빌려 누구나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오늘날같은 현대 사회에서 신용카드나 대출 때문에 파산까지 내몰린 사람은 오히려 상당히 고지식하고 겁이 많고 마음이 약한 경우가 많아요.(148쪽)" 사건의 해결 과정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영역을 넘어 현대사회의 전체를 조망하게 된다. 1993년작이지만 소설 속의 상황은 지금 한국 사회와 다르지 않다. 2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최근 국내에서의 영화화와 맞물려 재출간된 작품으로 기존 번역본에서 빠지거나 축약된 부분을 살려 원고지 500매 정도의 분량을 추가했다. 화차/문학동네/미야베 미유키 지음/이영미 옮김/1만3800원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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