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대형 생보사 이율 경쟁…당국은 뭐하나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올해들어 저축성보험 이자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시중금리를 7개월째 동결시킨 걸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업계 선두인 삼성생명이 불을 지폈다. 올해 1월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을 연 5.1%로 올렸다. 지난달(연 4.9%)보다 0.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대한생명도 연 5.2%로 0.1%포인트 올렸고,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도 0.1%포인트 씩 공시이율을 인상했다. 이는 저축성보험 가입자를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이른바 국내 생보사 '빅3'는 보장성보험 영업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 상품은 계약당 가입 금액이 낮아 전체 시장점유율 상승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형사의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온 이유다. 하지만 올들어 영업경쟁력 제고를 점유율 회복에 초점을 맞추면서 저축성보험 실적 늘리기에 나선 것이다. 연간 0.1~0.2% 수익률 조정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축성보험의 경우 일시에 납입할 수 있는 금액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고액자산가들이 뭉칫돈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의 VVIP 고객으로 분류되는 고액자산가의 경우 한번에 수십억원씩 맡기는 사례가 흔하다. 이들에게 금리는 특히 민감하다.  예컨대 50억원을 맡겼다면 공시이율 0.1% 상승은 연간 500만원의 이자를 더 받게 되는 걸 의미한다. 삼성생명이 최근 '삼성패밀리오피스'를 열고, 초부유층을 대상으로한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문제는 초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대형사들이 역마진에 노출된다는 사실이다. 생보사는 보험료를 국공채 위주로 투자하게 되는데 연 5% 이상의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운용중인 주식형상품 등을 총동원해 이자 지급액을 맞추게 되는데 주식시장 등 기타 자산운용 여건도 비우호적이어서 수익은 커녕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생보사 저축성보험 가입기간이 대부분 5년 이상으로 손보사 상품 보다 훨씬 길다"며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데 따른 역마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공시이율을 다시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시이율만 믿고 가입했다가 추후 이자가 깎여 낭패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사가 금리를 낮춘다고 공시이율 상품을 중도에 해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해약 환급률을 15%포인트 정도 올렸다고 하지만, 1년 안에 해지하면 납입보험료의 55~65%만 돌려받기 때문이다. 중소형 생보사들도 불만이다. 대형사 보다 이율을 0.2%포인트 정도 높게 책정해서 낮은 인지도를 만회해왔는데 그마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같은 비율로 올렸다가는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손을 대야할 판이다. 이래저래 금융당국이 나서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시장 여건에 따라 이율을 변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면책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사 전체 자산운용수익률을 계산해서 그에 상응한 공시이율을 책정하도록 하는 등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조태진 기자 tj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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