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현주 회장의 사과편지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임진년 처음 띄운 편지 한장이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새해를 맞아 회장이 투자자와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이 이례적인 데다 일간지 광고 형식을 빌렸지만 반성문에 가까운 사과편지는 한 그룹 수장으로서 느끼는 무한한 책임감을 다시금 환기시켜 줬기 때문이다. 이 편지에서 박 회장은 "지난해 고객의 자산보호에 무게를 둔 전략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익을 드리지 못했다"고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반성에만 그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새해에도 유로존 문제나 인플레이션, 가계부채와 같은 어려움이 있지만 자산을 다각화하는 포트폴리오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변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새로운 미래에셋으로 지금까지의 미래에셋을 넘어서겠다"는 박 회장의 다짐은 결연한 의지를 넘어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미래에셋은 올해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주식형펀드로 이름을 떨치며 '펀드명가'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해외펀드 환매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유로존 위기로 증시가 직견탄을 맞으면서 수익률이 곤두박질한 것. 미래에셋그룹의 핵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지난해 수익률은 각각 -16.01%, -14.66%로 전체 운용사 수익률인 -11.99%에 훨씬 못미쳤다. 간판 펀드중 하나인 '디스커버리 펀드'는 작년 연초 후 수익률이 -15.53%로 부진하다. 박 회장이 '서신경영'을 통해 그룹내 긴장감을 불어넣고 공개적으로 새해 각오를 밝힌 것은 그만큼 올해가 그룹의 사활을 결정할 중차대한 시기임을 암시한다는 해석이다.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새 먹거리 창출이 증권업계 올해 화두로 제시된 가운데 박 회장의 반성과 각오가 담긴 신년사는 금융투자업계의 고민을 한번에 말해준다. 각 증권사가 내놓은 2012년 증시를 함축하는 사자성어는 여리박빙(如履薄氷:얇은 얼음을 밟듯 몹시 위험함), 임사이구(臨事而懼:어떤 일도 만만히 보지 마라) 등 쉽지 않은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위기에 맞서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기업이 투자자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나갈 것인지 주목할 일이다. 서소정 기자 ss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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