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15개 상임위원회는 어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326조1000억원보다 2.7%(8조6499억원) 늘린 334조7499억원의 예비심사안을 확정했다. 정부안에 우선순위가 잘못되고 방만한 부문은 없는지 적정성을 꼼꼼히 따져 가능하면 예산을 삭감해야 할 터인데 오히려 예산을 늘리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국가의 재정건전성이나 국민 부담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처사다. 속을 들여다보면 더 가관이다. 국토해양위의 경우 건설 예산 사업만 293개로 이 중 87개 사업 6000여억원은 정부안에는 없는 신규 사업들이다. 전체 증액 규모도 3조5321억원으로 상임위 가운데 가장 많다. 수도권(제2경부고속도로), 영남(대구외곽순환도로), 호남(무주∼설천 국도), 강원(도계∼횡성 국도), 충청(보령∼청양 국도) 등 지역마다 골고루다. 여야가 지역구 민원성 건설사업을 사이좋게 나눠 가진 꼴이다. 보건복지위도 보육 예산을 확대하고 기초노령연금 증액 등으로 1조385억원을 늘렸다. 표를 의식한 여야의 짝짜꿍 예산이다. 다른 상임위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안보다 예산을 삭감한 곳은 기획재정위가 유일하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벌이면서도 내년 총선을 겨냥해 지역구를 챙기는 데는 여야가 한통속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 예산안은 세수 전망의 기초가 되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 중반 대로 잡은 것이어서 장밋빛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성장률 전망을 상반기 때보다 0.5%포인트나 낮은 3.8%로 수정한 데서 드러나듯 내년은 경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세수가 정부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선심성 예산을 8조원이나 늘린다면 2013년 재정은 균형은커녕 악화될 게 뻔하다. 상임위별 예비심사안을 그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 국회 예결위는 각 상임위에서 증액한 불요불급한 선심성 지역구 사업비와 과도한 복지 예산, 낭비적 사업 등을 과감하게 없애거나 삭감해야 한다. 여야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무엇으로부터 시작됐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년 선거를 겨냥해 선심성 예산을 확보하려는 잘못된 행태가 반복된다면 오히려 국민이 표로 심판하는 역풍을 부를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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