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기업들 자금조달 비용 급등..'힘들어'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지난 6월 이후 회사채 시장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아시아 기업들이 달러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고위험·고수익 채권 '정크본드'를 발행하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 뿐 아니라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까지 채권 발행에 예전 보다 더 많은 비용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지난달 말 수출입은행이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이후 아시아에서 최초로 1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한 것에 대해 한국에서는 성공적인 자금 조달이라며 자축했지만 FT는 아시아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급상승 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수출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이 준정부 채권(quasi-sovereign)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1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발행금리가 연 4.443%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에 가산금리 2.45%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라는 것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FT는 ▲10년 전 금융 위기 종료 ▲무역 흑자 행진 ▲충분한 외환보유고 ▲낮은 외채 비중 ▲양호한 은행권 자본 건전성 등의 긍정적 아시아 금융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기업들이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예상 밖이라는 반응들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이에 대해 아시아 지역 경제와 금융시장이 서방 국가 경제와 완전히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지역에 짙게 깔린 부채 위기와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 우려로 서방 국가 은행권에 달러화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대형 투자은행들이 자금 상환을 제대로 못해 어려움을 겪게 되자 투자자들이 '건전한'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돈을 빼내는 마당에 아시아 회사채 시장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은 더 찾기 힘들 수 밖에 없다.모건스탠리 홍콩 지사의 로난 맥컬로프 이사는 "금융시장에 명백하게 유동성의 재조정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아시아 기업들의 채권 발행 금리와 미 국채 금리와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소시에테 제네랄 홍콩 지사의 애슬리 윌킨스 부사장은 "아시아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면 타격을 받기 쉽다"면서 "이미 일부 기업들은 주춤해진 외국인 직접투자 때문에 한 차례 상처를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는 "특히 외국계 은행들이 기업 대출의 50% 이상을 맡고 있는 호주, 한국 같은 국가들에서는 기업들이 더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다만 일부 투자자들과 은행권에서는 아시아 회사채 시장에까지 불어 닥친 한파를 두고 아시아의 '신용경색'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많은 아시아 기업들이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고 있고 많은 돈을 조달해야 하는 공격적인 투자나 외형확대를 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골드만삭스의 도미니크 주리스 아시아 채권시장 책임자는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끝나지 않는) 치킨 게임이 시작됐을 뿐"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좀 더 높은 수익률을 뽑아내려 하고 있고 채권 발행자들은 최대한 채권 발행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중국에서 통화 긴축 정책을 계속 유지해 아시아권 돈 줄도 메마를 경우 아시아 회사채 시장의 상황은 심각해 질 것"이라면서 "이 때는 아시아권에서 스스로 얼마나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박선미 기자 psm8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박선미 기자 psm82@ⓒ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