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가 출범 석 달 만에 내놓은 '금융감독 혁신 방안'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국무총리실이 어제 국회에 제출한 혁신방안(잠정안)은 '태산이 크게 울리더니 튀어나온 것은 겨우 쥐 한 마리'라는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 금융감독 혁신 TF는 저축은행 사태에 충격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민관합동 위원회로 구성됐고, 이런 점에서 처음에는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그 뒤로 논의범위 축소, 정부 측의 자의적 운영, 민간위원 사퇴, 활동기간 연장 등의 갈지자 행보를 보이더니 결국 어제 모든 기대를 접어버리게 하는 논의 결과를 내놓았다. 금융감독 체계 전체에 대한 혁신방안은 아예 들어 있지도 않다. '부정비리를 저지른 금융회사와 임직원 등에 대한 제재 권한의 귀속 문제'와 '금융소비자 보호 조직의 신설 문제'는 중장기 검토 과제로 미루었다. 그러면서 내놓은 중장기 검토용 제안은 '제재위원회를 금융위원회로 이관하는 것'과 '금융소비자 보호 조직을 금융감독원 내에서 준독립기관화하는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 둘 다의 조직이기주의 냄새가 풀풀 난다. 은행, 보험, 금융투자 등 권역별로 돼 있는 금감원의 조직을 검사, 감독, 소비자 보호 등 기능별로 바꾸는 방안과 퇴직 후 업무유관 기관 취업 제한대상을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부정비리 소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이번 TF의 취지에 비하면 지엽적인 조직운용과 인사관리 차원의 대책이고, 그 자체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대형ㆍ그룹형 저축은행에 대해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를 의무화하고 예보의 검사권 범위를 넓히는 방안은 눈가림수의 혐의가 짙다. 금감원의 입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예보를 좀 더 많이 움직이게 한다고 해서 감독권 분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은 '혁신'이 아니라 '업무조정'에 해당한다. '금융 분야의 정책, 감독, 소비자 보호 등 세 가지 기능의 분리'와 '감독권의 유효한 분산'이 들어 있지 않는데 무슨 '혁신'인가. 언어생활에 혼란을 초래하려는 게 아니라면 이달 중순의 최종 발표 때는 '조정', 좀 더 욕심을 낸다면 '개선'이라는 말을 사용하라.<ⓒ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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