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럽 재정위기 불길 아직 안 잡혔다

빚의 덫에 걸린 서구의 벼랑 끝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 새벽 유로존 17개국 정상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 처한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에 합의했다. 다시 한번 급한 불을 끈 것이지만 이것으로 유럽 재정위기 확산의 불길이 잡혔다고 보기 어렵다. 구제금융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유럽 각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1090억유로를 지원하고, 채권은행을 비롯한 민간 부문이 상환만기 연장 등 다양한 방법으로 496억유로에 해당하는 부담을 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구제금융의 규모는 총 1586억유로. 그리스가 필요로 해 온 추가 구제금융액 2000억유로에 못 미친다. 차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그리스가 당장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한다. 금융시장은 시작된 지 1년 반이 넘은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최초의 진지한 대책이라는 점에서 이번 구제금융을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민간 부문'으로 지칭되는 채권자들이 부분적이나마 손실 분담을 하게 된 셈이어서, 채권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디폴트(채무불이행) 수준으로 강등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파장이 어느 정도에 이를 것인가가 유럽 재정위기의 세계적 확산 정도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빚을 질 수 있는 한도, 즉 정부부채 상한을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공화ㆍ민주 양당이 이번 주말에 합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합의가 안 되면 미국 정부가 다음 달 초부터 디폴트 상태에 빠지는 일이 벌어진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 파급효과가 어떤 형태와 규모로 일어날 것인지는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서양의 동서 양안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는 벼랑 끝 줄타기는 국제 금융시장을 통해 동아시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은 엔화 강세라는 형태로 이미 그 영향권에 들어갔고, 중국은 외환보유액으로 쌓아둔 미국 국채의 가격 폭락 가능성에 한기를 느끼고 있다. 아직은 별다른 영향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직간접적 영향을 순차적으로 받게 될 것이다. 정부, 기업, 가계 모두 경계 태세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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