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건설 공사나 물품납품 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최처가낙찰제. 요즘 공공 공사 최저가낙찰제 대상 확대 문제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최저가 낙찰제 대상을 내년부터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반면 건설업계는 제도 확대 유예나 즉각적인 철회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과연 최저가낙찰제가 그렇잖아도 어려운 건설업계의 숨통을 조일 독약인지, 아니면 예산 절감 효과를 지닌 보약이 될지 꼼꼼히 따져봤다.<편집자 주> 공공공사 최저가낙찰제 확대가 건설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최저가낙찰제는 공공공사 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발주처로서는 예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면 공사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이 제도는 2001년 1000억원 이상 공공공사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건설공사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최저가낙찰제는 양면성도 지니고 있다. 예산 절감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과당 경쟁과 이에 따른 출혈 수주 등의 문제로 인해 건설시장을 전반적으로 부실로 이끌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논란=정부는 내년부터 공공공사 입찰에 최저가낙찰제 적용 대상을 예정가격 기준 현행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ㆍ시행할 예정이다. "건설업계의 공사비 부풀리기를 차단하고, 국민의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만큼 최저가낙찰제 적용 대상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4일 "최저가낙찰제를 내년부터 확대하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주택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 제도가 확대되면 과열 경쟁과 출혈 수주로 전체 업계가 공멸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를 비롯한 건설 관련 15개 단체는 지난 12일 건설현장 근로자 등 12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최저가낙찰제의 확대 계획 철회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9개 정부 기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국회도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최저가낙찰제의 확대 계획을 철회하거나 유보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최상근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은 "업체간 과당 경쟁과 덤핑 입찰로 인한 적자와 부실시공 등 건설산업 전반에 걸쳐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얻는 것보다 잃은 게 많아"=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체 공공공사 가운데 50%(20조원) 가량이 최저가 낙찰제도 방식으로 발주되고 있다. 그런데 내년에 100억 원 이상으로 확대되면 공공공사의 70%(28조원)가 최저가낙찰제를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업체 수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현행 300억원 이상에서는 최저가낙찰제 공사 입찰 1건당 참여업체 수는 평균 40개 정도다. 하지만 100억원 이상으로 적용대상이 확대될 경우 그동안 적격심사제(가장 낮은 가격으로 입찰한 업체부터 기술 능력과 입찰가격 등을 종합 심사해 일정 점수 이상을 얻으면 낙찰자로 선정하는 것)에 따라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던 건설업체까지 참여할 수 있게 돼 100개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덩달아 공공공사 입찰 경쟁률도 현재 평균 40대 1에서 100대 1로 높아질 전망이다. 출혈 경쟁에 따른 건설사들 자금 사정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저가낙찰제 도입 초기인 2001년 당시 적용 대상인 1000억원 이상의 공사 낙찰률은 예정가격의 평균 65%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2005년에는 평균 59%로 하락했다. 실제로 SK건설은 지난 2월 부산 감천항 외곽시설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공사를 추정금액 대비 55%인 1065억원에 수주하기도 했다. 저가 수주와 적자 시공이 늘면 원도급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고스란히 하도급 전문업체와 납품 업체 경영난으로 이어진다. 또 공사 품질 저하와 결함 보수비용 확대 등 사회적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더욱이 이 제도가 확대되면 대형업체와 중소업체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중소ㆍ지방 건설사 몫이었던 소규모 공사에 대형 건설사들이 뛰어들어 결과적으로 중소ㆍ지방 건설사들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방의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지방ㆍ중소업체 수주 영역인 100억~300억원 공사로까지 최저가낙찰제가 확대되면 입찰 노하우가 풍부한 대형사에 밀려 중소업체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이는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 역행할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시공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저가로 수주하기 위해 숙련 인력을 줄이고 값싼 자재를 사용하는 등 원가를 줄이다보면 부실 공사 개연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최저가낙찰제 확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고 지적한다. 제도 시행으로 당장은 예산절감 등의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최저입찰제 확대 시행 논란보다는 지역할당제 등 균형 안배 차원의 정책이 더 아쉬운 실정"이라며 "건설 기술 발전과 공사의 품질 확보를 위해서는 가격 요소에 기술적인 요소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가미한 새로운 입찰방식 도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조철현 기자 choc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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