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 신라면 블랙, 뻥이요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있다'던 신라면 블랙이 실제로는 설렁탕의 3.3배에 이르는 지방과 1.2배의 나트륨을 포함하고 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골보양식사'라며 기존 제품의 3배 값을 받고 있는 농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품질 향상 수준에 비해 가격 인상폭이 지나치고, 값이 훨씬 저렴한 경쟁 제품 진라면(오뚜기·600~700원)과 비교해도 영양수준이 특별히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27일 이런 영양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농심이 프리미엄 라면 신라면 블랙을 내놓으며 허위·과장된 표시와 광고를 했다"면서 시정 명령과 함께 1억 55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신라면 블랙처럼 프리미엄·리뉴얼을 근거로 값을 올린 '월드콘XQ(롯데제과)'나 '조지아 오리지널 캔커피(LG생활건강)', 기타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인 업체에 사실상 경고를 보낸 셈이다. 공정위는 ▲'신라면 블랙은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인 영양 균형을 갖춘 제품'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가장 완벽한 영양밸런스는 60:27:13이다. 신라면 블랙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62:28:10으로 완전식품에 가까운 식품' 등 세 광고 문구가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먼저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광고 문구의 경우 "사실 여부를 따지려면 각 영양소별로 살펴봐야 하는데다 설렁탕 한 그릇과 비교한 신라면 블랙 한 개의 영양가를 보면, 탄수화물은 78%, 단백질은 72%, 철분은 4% 수준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도리어 "건강에 나쁜 지방은 설렁탕의 3.3배, 나트륨은 1.2배나 더 많이 들어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상적인 영양 균형을 갖춘 제품'이라는 표현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공정위는 "3대 영양소 섭취의 이상적인 비율은 개별소비자의 연령, 활동량, 생리적인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데다 농심이 주장하는 이상적인 비율도 일본 농림수산성이 육류 소비 억제, 쌀소비 촉진을 통한 농업의 발전을 위해 정한 비율을 따른 것으로 건강에 이상적이라는 점을 제시해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아울러 '완전식품에 가까운 식품'이라는 표현 역시 과장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현실에선 완전식품은 존재하지 않으며, 신라면 블랙은 많이 먹으면 고협압, 뇌줄중, 심근경색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나트륨을 과도하게 함유하고 있어 완전식품에 가까운 식품으로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라면 블랙 1개의 나트륨 함유량은 1930mg으로 성인의 1일 적정 섭취량의 97%에 이른다. 이에 따라 농심은 앞으로 신라면 블랙 포장지에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문구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인 영양 균형을 갖춘 제품'이라는 문구를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공정위는 "신라면 블랙의 경우 공정거래 질서를 해치는 정도가 심각하다고 봐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며 "많은 업체들이 품질을 높였다면서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사업자들의 이런 시도를 억제해 서민 생활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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