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최근 대한민국 주부들을 사로잡는 건 '빨래엔 피죤'이 아니라 '김연아 샤프란'이다. 1978년 출시 이후부터 줄곧 업계 1위를 고수했던 피죤은 30년간 호시탐탐 역전을 노리던 LG생활건강의 '샤프란'에게 결국 무릎을 꿇었다. 피죤은 국내 최초의 섬유유연제 '피죤'을 선보인 뒤 약 50%에 가까운 높은 점유율을 지켜왔지만 지난해에는 연간 점유율이 45% 이하로 떨어졌다. 매출액 기준으로 1993년 500억원, 2005년에 1700억원을 기록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하던 피죤은 2009년 1655억원, 2010년 1437억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이 사이 피죤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결론은 피죤이 소비자의 '히든 니즈(Hiddien needs)'파악에 어두웠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히든 니즈를 빠르게 파악한 것은 늘 2인자였던 샤프란이었다.샤프란은 2007년 소비자 행동관찰 조사를 벌여 소비자들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알아냈다. 즉 섬유유연제의 부드러움이나 향, 정전기 방지 등 '특징'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들의 '단점'을 들추어낸 것. 소비자들이 섬유유연제의 무거운 용기 때문에 구입할 때부터 세탁기에 부을 때까지 번거롭다는 점을 파헤쳤다.LG생활건강은 이에 전혀 새로운 신 제형의 '샤프란 아로마시트'를 기획했다. 불편함이 편의성 혁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샤프란 아로마시트는 간편한 티슈형태읫 섬유유연제로 부피와 무게가 기존 섬유유연제의 1/10에 지나지 않아 구입이 편리하며 빨래량에 따라 한 장씩 뽑아서 쓰는 형태로 되어있기 때문에 정량 사용이 용이하다.당시에는 대규모 설비를 투자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고, 액체 제형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시트형을 선택할지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정확한 '히든 니즈' 파악은 성공했다. 샤프란 아로마시트는 2007년 8월 출시된 이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누계 매출액 200억원을 돌파했다. 이어 2009 12월 '샤프란 5배 농축', 2010년 8월 '샤프란 10배 농축'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시장 판도를 서서히 바꿔나갔다.이 결과 샤프란은 올해 1~2월 시장점유율 42.6%(닐슨 기준)을 기록하며 피죤(36%)을 약 7%포인트 앞질렀다. 브랜드 출시 18년만에 처음으로 업계 1위를 기록한 샤프란은 이어 3~4월에 점유율 43.7%까지 치고 올라와 피죤(27%)을 거뜬히 제쳤다.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만년 2인자였던 LG생활건강이 '섬유유연제=피죤'으로 각인된 소비자 인식을 바꿔놓기 위해 소비자의 숨은 '편의성 니즈'를 공략한 덕분이다. 전체 섬유유연제 시장은 2300억원 규모. 이중 프리미엄 시장은 약 3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샤프란은 프리미엄 시장 내 점유율을 51.5%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회사 관계자는 "차별화된 편의성 혁신 전략을 통해 샤프란 브랜드를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소비자의 숨은 니즈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편의성 혁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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