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의 추억' 상하이차, 한국GM 지분 확보

모기업 보유 한국GM 지분 6% 인수...역학 구도 변화에 촉각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중국 상하이차(SAIC)가 모기업으로부터 한국GM의 지분 6%를 획득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쌍용차 인수 후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의 예사롭지 않은 행보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12일 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차는 지난 달 모기업인 상하이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GM 지분 6%를 인수했다. 이와 함께 상하이차그룹 산하의 부품 제조사 등 자동차 관련 부문을 49억 달러에 사들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자동차 산업이 상하이차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상하이차그룹은 지난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후 채 5년도 지나지 않아 철수하면서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다. 인수 당시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지 않고 핵심 기술만 빼갔다는 의혹을 사면서 '먹튀' 논란까지 낳았다. 이런 상하이차그룹이 자회사에 한국GM 지분을 통채로 넘긴 것은 그 자체가 관심을 끈다는 지적이다.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모그룹이 보유하던 지분을 자회사에 넘긴 그룹내 수직 이동"이라며 "한국GM의 경영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한국GM의 지분구조를 보면 상하이차의 6%를 뺀 94% 가운데 GM이 77%, 산업은행이 17%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을 쥐락펴락했던 과거 쌍용차 인수 시절과는 달리 상하이차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도다.일각에서는 그러나 GM-상하이차그룹-한국GM간 삼각관계를 근거로 역학 구도 변화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상하이차그룹은 지난 해 11월 GM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때 5억 달러 규모의 지분(0.97%)을 매입하면서 혈연 관계를 맺었다. 또한 상하이차와 GM의 합작기업인 상하이GM이 중국에서 13%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반면 GM에게 한국GM은 글로벌 공략의 전초기지라는 의미가 있다. GM이 올 1분기 판매한 222만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0만대가 쉐보레이고, 그 절반인 46만대(반조립 생산분 포함)가 한국서 생산됐다. GM이 올해 토요타를 누르고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한국 역할론'에 적잖이 기대야 하는 처지다.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이 빈번한 상황에서 GM을 중심으로 한 이 복잡한 구도는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상하이차의 급부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비록 6%에 불과한 지분이지만 상황에 따라 상하이차의 입김이 한국GM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GM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주요 생산기지인 한국에서 모두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저울질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상하이차가 한국GM을 상대로 얼마든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한국GM의 가치가 상승하면 지분을 팔아치워 차익을 남길 수도 있는 여지가 항상 열려 있다"며 "경쟁사의 지분을 확보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상황에서 상하이차가 어떤 꽃놀이패를 흔들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일 기자 jay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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