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장경진
철없는 것은 물론이고 돌아가며 딸들 망신시키는 꼴을 두고 보기 힘들어요.
황남봉 씨는 실례의 말씀이지만 그야말로 쓰레기보다 못한 인간이시더군요. 애당초 금란(이유리)이가 그처럼 엇나가게 된 것도 백퍼센트 아버지 때문이지 싶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어머니(고두심)와 함께 아등바등 살아보려고 기를 쓰면 뭐하나요. 알토란 같은 돈들을 빼내 도박으로 다 날려버리고 깡패 같은 사채업자들에게 수년 째 시달리게까지 했으니 말이에요. 그 와중에 하다하다 못해 금란이의 퇴직금에까지 손을 대다니, 그 돈은 딸의 피 같은 청춘 대신이라고, 그래서 절대 쓸 수 없는 돈이라 했던 아내의 통사정을 귓등으로 들으셨나 봅니다. 그 돈 없애고 돌아와서는 “내가 반병신은 됐지만 그 놈들 손에 안 죽은 게 어디냐. 살아 있다는 게 그저 가슴 벅차고 고맙고 그렇지 뭐”라고 하는데 이거야 원, 남의 남편이지만 몇 대 쥐어박고 싶더군요. 동생 미란(한지우)이가 평창동 집으로 옷 빌리러 가서 진상 짓 하고 돌아온 거야 어리고 철딱서니 없어 그렇다 치지만 아버지가 되어가지고 딸들 얼굴에 돌아가며 먹칠하는 건 이젠 정말 두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내 마음이 들리니>의 김신애 씨,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아이를 낳기만 했지 마루를 한번 보듬어 안아주길 했나요, 양육비를 대길 했나요. 오히려 촌티 난다고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더구나 집 나간 마루를 찾겠다고 온 식구가 없는 가산 다 탕진해가며 애쓰는 동안 당신은 어디서 뭘 했느냐고요. 피 한 방울 안 섞인 우리(황정음)가 치매 온 할머니(윤여정) 병원비 때문에 동동거릴 때, 딸인 당신은 대체 뭘 한 겁니까. 마루 아니 준하(남궁민)의 슬픈 눈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증오해 마지않는 최진철(송승환)이 자신이 친부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자신을 거두어 길러준 태현숙(이혜영)이 실은 복수심으로 자신을 이용할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 슬픔은 백배 천 배로 불어나겠지요. “두고 봐, 당신 아들 당신처럼 평생 나하고 동주(김재원) 그림자로 살게 할 테니”라는 최진철을 향한 태현숙의 독백은 정말 소름끼치지 않습니까? 그런 줄도 모르고 태현숙 앞에 무릎을 꿇고 다시는 가족을 찾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준하를 보고 있자니 태현숙보다 아들을 책임지지 않은 당신이 너무나 원망스럽더군요.<H3>같은 부모 입장이라 더 그래요</H3>김신애 씨도 부모면서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위해 자식을 이용할 수 있나요.
무섭거나 아슬아슬한 장면도 아닌데, 그렇다고 빤한 계략이라서 민망한 순간도 아닌데 왜 그리 보기 싫은가 했더니 아마 제가 부모이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같은 부모 입장이기에 부모답지 않은 모양새를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네요. 마치 내 허물이라도 되는 양 부끄럽다는 얘기에요. 자식을 낳았으면 금전적으로는 보탬이 못 되더라도 심적으로는 평생 의지가 되어야 옳잖아요. 적어도 자식 앞에서는 좋은 본을 보이려고 노력을 해야 마땅하지 않느냐고요. 가뜩이나 어른 노릇 못하는 어른이 넘쳐나 탈인데 왜 드라마에서까지 못 볼꼴을 봐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기야 드라마가 현실의 거울이겠지요. 보세요, 두 분. 아이를 도울 생각을 하라는 말은 안하겠어요. 아이가 부끄러워할 부모가 되지 않으려고 애는 좀 써주실래요? 그럴 나이도 되신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