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펀드 찬밥신세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최근 '업계 최초'라는 간판을 내걸고 출시됐던 펀드들이 시들한 반응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펀드투자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상황에서 과거 성적을 바탕으로 수익률 흐름을 예측할 수 없는 상품들에는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4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현대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출시한다고 밝혔던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에 투자하는 '믹트(MIKT)' 펀드가 투자자 및 판매사의 미진한 반응 때문에 출시가 미뤄졌다. 브릭스 이후의 고성장 신흥국으로 지목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관심을 끌어온 만큼 '믹트' 국가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이라는 업계 전망을 빗겨나가는 결과다. 현대자산운용 관계자는 "기존에 기대했던 것 보다 모집이 어려워 오는 28일 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확보한 판매사 역시 계열사인 현대증권 한 곳에 불과하다. 업계 최초를 강조하며 출시됐던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로우프라이스 펀드' 역시 부진한 모습이다. 이 펀드는 절대가격이 1만5000원 미만이면서 저평가된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저평가주에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는 이미 많이 출시됐지만, 절대값을 투자 기준으로 삼는 펀드는 '로우프라이스 펀드'가 국내에선 처음이다. 최사 측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의 단기 급등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가격적인 측면에서 큰 거부감 없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비싼 종목 위주로 투자했던 기존 펀드나 자문형 랩 대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출시된 지 1주일가량이 지났는데도 펀드로는 자금이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다. 설정액이 가장 큰 클래스를 기준으로 해도 펀드 규모는 12일 현재 7400만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펀드 투자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아있는 데다가 참고할 수 있는 성적표가 없어 수익률 흐름을 예측할 수 없는 '최초' 펀드들이 한동안은 관심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펀드 투자 유형이 유명 상품에 무조건 가입하거나 판매사 권유를 따르는 형식에서 본인이 직접 시장 흐름을 판단하고 과거 수익률 실적을 점검하는 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업계에 최초로 출시돼 신선하긴 하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돼 있는 최근 상황에서는 오히려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기존에 밝혔던 투자 철학이나 운용 방식을 잘 따라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낸다면 투자자들의 무반응 기간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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