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제약업계의 '기린아'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작은 약국에서 출발해 한미약품을 굴지의 제약회사로 키워낸 그는 전략가로 통한다. 과감한 결단력은 트레이드 마크다.그는 '카피약' 일색이던 한국 제약업계의 관행을 깨고 '개량신약' 전략을 선보인 주인공이다. 모두들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뚝심으로 밀어부쳤다. 다국적제약사의 신약특허에 도전해 승리를 거둔 일도 유명하다. 경쟁 업체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30살 된 '어린' 한미약품은 업계 2위까지 올랐다. 선배 제약사들은 그의 전략을 모방하기 시작했다.그러던 그가 위기에 처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영업손실 130억원, 당기 순손실 51억원, 매출액 5946억원(전년대비 -3.4%)을 기록했다. 창업 이래 첫 적자임과 동시에 놀랄 만큼 갑작스런 추락이다. 쌍벌제 등 변하는 영업환경, 의사단체들로부터의 집단 린치 등 예기치 않은 변수 때문이다.
시장은 임 회장의 '결단'을 기대했지만 그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 초 시무식 신년사도 이관순 사장이 대신했다. 그가 두문불출 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제 70이 된 임 회장도 나이가 들면서 특유의 기질이 무뎌진 것 아니냐' '조급해 하지 않으면서 뭔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등의 상반된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 회장이 조용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미약품 내부엔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임 회장이 수면 아래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다.우선 유수의 R&D 인력을 영입한 것이 눈에 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손지웅 R&D 총괄 부사장(의학박사)을 영입했다. 손 부사장 영입 후 의사 2명이 추가로 회사에 들어왔다. 의사 출신 직원을 찾기 힘든 국내 제약사로선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세계 5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출신인 손 부사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과 아시아 지역 항암제 임상시험을 총괄해 온 인물이다. 한미약품이 신약개발에 '올인'하고 있으며, 성과에 대한 가능성을 외부적으로 인정 받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회사 측은 이런 변화를 지난 6개월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영업 스타일을 180도 바꾼 것도 큰 변화다. 업계 관행에서 탈피해 진료과별로 담당자를 두는 방식을 택했다. 영업사원의 전문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임 회장이 주장하는 '지식영업으로의 변화'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통상 '의사와의 인간적 관계'에 의존하던 방식이 아니라 앞으론 '자료'를 바탕으로 한 영업이 대세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조직과 내부 업무 절차를 간소ㆍ효율화 해 낭비요소를 줄인 것도 재도약을 위한 무기다. 유통구조 합리화를 통해 2011년 한 해 동안 약 100억원의 절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이제 시장의 관심은 일련의 대책이 언제쯤 성과를 낼 수 있느냐에 쏠린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주요 신약의 매출발생은 빠르면 올 초부터, 늦어도 하반기에는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R&D와 글로벌 중심으로 회사 체질을 바꾸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한 만큼 올 1분기를 기점으로 회사 경영의 새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임 회장의 모든 관심사는 '신약'에 있는 듯하다. 그가 회의 때마다 챙기는 것은 그 달의 실적이 아니라 언제나 신약개발 진척상황이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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