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모터 국산화 실현한 이준호 에스피지 대표
평사원으로 입사해 해외 시장 적극 개척… 모 회사와 차별화된 기어드 모터 결실국내 소형 기어드 모터(Geard Motor) 1위 업체인 에스피지의 이준호 대표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아예 회사를 새로 만들었다. 2002년엔 코스닥에도 상장시켰다. 에스피지는 이 대표의 부친인 이해종 회장이 설립한 성신에서 분리되어 1991년 설립된 회사다. 사업 분야는 비슷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기업을 일궈나가보고 싶은 생각이 지금의 에스피지를 있게 했다. 처음부터 회사 경영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1987년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 MBA(재정학)를 마친 그는 미국계 컴퓨터 회사에 입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인 이 회장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들이 회사를 이어받아 이끌어나가 주기를 희망했던 터였다. 하지만 이미 이 대표는 결심을 굳힌 상태. 그 때 이 회장이 아들에게 건넨 말은 “월급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 되어라”였다.“고민이 됐죠. 아버지가 왜 회사를 물려받으라고 하셨는지 그 의중을 곰곰이 되씹어 보았습니다. 결국 국내 모터업계를 개척한 아버지의 업적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업을 이어가야겠다고 결심이 선 순간이었다. 그는 성신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3년간 3~5개월씩 전 부서를 돌며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사내 업무연수를 마치고 기획실장(이사)으로서 소임을 맡은 그는 해외 시장 개척 업무를 맡았다. 미국 유학 경험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기회였다. 1990년 겨울, 직원 6명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모터 제조업체인 시나노겐시와 재팬서보 등의 공장을 견학하면서 기어드 모터 사업에 대한 영감과 확신을 갖게 된다. 이는 이듬해 3월 성신의 관리자 4명, 현장지원 인력 15명만으로 명진전자(현 에스피지)를 창업하는 과감한 행보로 이어졌다.지금은 국내 소형 모터 시장을 제패한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출발부터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매출 부진으로 인한 자금난이 첫번째 난관이었다. 부채 비율만 1000%에 달했다. 그 때 힘이 되어준 건 아버지였다. 성신의 전폭적인 기술, 설비, 인력 지원으로 회생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 이후는 이 대표의 몫이었다. 그는 연구 개발을 통한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것이 ‘표준모터 시스템’. 창업 3년만에 인천 남동공단에 부지 3000평의 공장을 준공하고, 과감한 설비 투자와 기술의 데이터적 해석을 통한 분석시스템 개발로 품질도 한층 업그레이드 했다. 그 결과, 삼성항공(계열사 포함)이 에스피지의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제품이 장악하고 있던 국내 시장에서 소형 모터의 국산화를 실현해냈다. 해외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얼음분쇄기용 모터(Ice Crusher Motor)를 3분의 1의 가격으로 생산해내는 경쟁력으로 자국 제품만 사용하던 제너럴 일렉트릭(GE), 월풀, 메이태그 등 미국 가전업체를 상대로 한 수출에도 성공했다. 에스피지는 이처럼 200와트(W) 미만의 소형 기어드 모터 분야에서 한우물을 파며 성장을 거듭했다. 2004년 이후 현재까지 55% 이상의 점유율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소형 기어드 모터의 모든 분야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그 기반이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 업체들보다 2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세계적 기업들이 에스피지 제품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미주, 일본, 유럽, 중국, 동남아 등 전 세계적으로 판매망이 구축되어 있다. 2세 경영인인 이 대표의 성공 창업 비결은 부친이 운영하는 모 회사와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판매 시장 개척에 있다. 성신의 주요 생산 품목은 FAN 모터이지만, 그는 모터에 감속기가 결합된 표준형 AC 기어드 모터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국내 대기업에 주로 제품을 판매하는 성신과는 달리 대기업 직판 및 대리점 위주의 판매 방식을 택했다.그러나 경영에 있어 ‘인화(人和)’를 중시하는 부친의 신념은 그대로 따르고 있다. 에스피지는 학연을 따지지 않으며 친인척 고용을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위화감 조성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그는 회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임직원들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회사가 거둔 열매를 직원들과 나누려 노력하고 그들이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늘 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는다. 작지만 강한 세계 최고의 모터 회사를 만드는 것이 그의 비전이다. 그는 “고효율 동력 모터, 유성감속기, 표준 BLDC 모터 등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지난해 105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며 “올해 1200억 원 이상의 성과로 2015년까지 2500억 원의 매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이코노믹리뷰 전민정 기자 puri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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