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차 울산공장 점거..멈춰선 건 '신뢰'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한 그룹의 이익만을 위해 집단적으로 공장을 점거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먼저 집단적 직장점거를 푸는 것이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19일 현대차 작업반장 성명)"하청노조의 불법 점거로 우리 일터의 안정이 송두리째 무너져 가고 있는 게 아닌지 참담하다."(강호돈 현대차 울산공장장)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회사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다.현대차 울산공장이 가동중단됐을 때 며칠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 노사가 2년 연속 무파업 임금교섭에 타결할 정도로 내부적으로 '잘해보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상호 신뢰'가 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울산 1공장 가동중단이 일주일가량 이어지면서 이 같은 기대는 점차 우려로 바뀌고 있다. 지난 19일까지 피해액이 900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22일 현재 1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피해규모는 확산일로에 있다.현대차 사측 뿐 아니라 생산직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낸 데는 단순히 피해액 때문이 아니다. 기저에는 생산 중단에 따른 상호 불신, 더 나아가서는 고객과 맺어진 약속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실제로 현대차가 이달 초 야심차게 선보인 소형차 '엑센트'는 양산되자마자 고객의 불만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한창 신차 붐을 일으켜야 하는 시점에 생산이 중단되면서 '채 피지도 못하고 지는 꽃'과 같은 운명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대외 이미지 역시 악영향이 우려된다. 엑센트는 미국과 유럽에 수출되는 차종으로 인기가 많다. 이들 지역으로의 수출도 현재 중단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 등 현대차의 질주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장 점거에 따른 생산중단은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기업 뿐 아니라 직원들의 밥줄인 생산라인을 볼모로 삼아 요구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현대차 고용인원 5만명과 그에 딸린 간접 인원 등 20여만 명이 현대차라는 직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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