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객원 기자]2010년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한국 여자 축구가 사상 첫 FIFA 랭킹 TOP 20에 진입했다.19일 FIFA(국제축구연맹)가 발표한 11월 여자 세계랭킹에서 한국은 지난 8월보다 13점을 추가해 총점 1,820점을 획득했다. 순위도 종전 21위보다 세 계단 오르며 스페인, 러시아 등을 제치고 18위에 랭크됐다. 한국 여자 축구가 FIFA랭킹 10위대 진입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 전까지는 줄곧 20위권 밖을 맴돌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여자 축구가 올해 U-17 여자월드컵 우승, U-20 여자월드컵 3위, 피스퀸컵 우승 등 눈부신 성과를 이어왔던 점과 일본(5위), 북한(6위)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의 높은 순위를 바라보며 생각보다 한국이 낮은 위치에 놓여 있다고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 여자 축구의 FIFA랭킹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가장 큰 이유는 A매치 경기 수의 부족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FIFA 랭킹 상위권 국가들은 월드컵, 아시안컵을 비롯한 각종 국제 대회는 물론 친선경기까지 1년에 20번 내외의 A매치를 치른다. 국내 친선 A매치도 비교적 자주 열린다.반면 한국은 국제 대회 참가를 제외하면 A매치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국가대표 경력 8년의 대표팀 최고참 홍경숙의 A매치 출장이 불과 54경기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해에는 A매치를 불과 7번 밖에 치르지 못했다. 2년마다 열리는 피스퀸컵이나 동아시아선수권이 없는 해에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A매치가 적다보니 자연스럽게 FIFA 랭킹 포인트도 적을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경기를 통해 경험과 기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해 A대표팀의 실력 향상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 이는 월드컵, 아시안컵 등 FIFA 랭킹 포인트 부여치가 높은 대회 성적과도 직결된다.최인철 대표팀 감독 역시 이에 대해 "국제대회를 제외하면 A매치가 전혀 없다. 따라서 FIFA랭킹이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최근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오른만큼, 국내에서 열리는 여자 축구 A매치도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북한 정도라면 당장 경기가 열려도 충분히 흥행의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며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비약적으로 상승했지만, 최소 4만석 이상을 수용하는 월드컵경기장을 채우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규모가 작은 종합운동장도 있지만 인조잔디가 깔려있거나 접근성 및 시설이 열악해 A매치를 치르기엔 역부족이다.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흥행이다. A매치를 개최하는데 상대팀 초청비를 비롯해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입장권 판매 수익이 보장돼야 한다"라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한국 여자 축구의 선전에 비해 FIFA랭킹이 낮다고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FIFA랭킹이 오직 A매치를 기준으로 순위 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따라서 U-17 월드컵 우승 및 U-20 월드컵 3위 등 청소년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FIFA랭킹 점수에서 제외된다. 이번에 한국의 순위가 오른 것도 지난 달 A대표팀이 참가한 피스퀸컵에서 잉글랜드(10위), 호주(12위), 뉴질랜드(23위)를 상대로 1승 2무의 성적을 거둔데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베트남을 꺾은 덕분이었다.물론 한국 여자 축구가 청소년 레벨에서는 이미 세계 수준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에, 성인 무대로까지 그 효과가 파급된다면 FIFA 랭킹 10위권 진입도 더 이상 꿈이 아닐 것이다.가능성은 이미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소연, 김나래 등 U-20 월드컵 3위의 주역들이 가세한 성인대표팀이 일취월장한 전력을 과시하며 지난달 열린 피스퀸컵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고, 아시안게임에서도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U-17 월드컵 우승의 주역 여민지, 김아름, 신담영 등도 2~3년 뒤에는 성인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따라서 성인대표팀의 전력이 상승함에 따라 A매치가 열리는 횟수도 같이 늘어난다면 조만간 한국이 일본, 북한, 중국, 호주 등과 함께 실력 뿐 아니라 FIFA 랭킹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객원 기자 anju1015@<ⓒ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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