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황준호기자
청라지구 아파트 공사 현장.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황준호 기자] 지난 20일 오전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 1-1 구역 A아파트.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그러나 공사 인부 외에는 인적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입주자 지원센터로 200m 정도 걸어 가는 동안 목격된 입주민은 놀이터의 어린 아이 3명이 전부였다. 아파트 단지 안은 뛰어난 조경으로 공원을 방불케 했고 새 집들이 반짝 반짝 윤을 내고 있었지만, 정작 사람이 사는 흔적은 느껴지지 않는 '유령아파트'였다. 입주자 지원센터를 찾아 물어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날 현재 총 884가구 중 68가구만 입주해 7%의 집만 사람이 산다는 것이다. 무성한 나무와 시냇물, 연못, 오솔길 등으로 이뤄진 최고급 정원과 커뮤니티 센터의 런닝머신들은 텅빈 채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청라지구의 아파트 공사 현장. 짓자마자 텅비어 있는 유령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근 B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6월 초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174가구 중 10여 가구만 입주해 아직 10%대의 입주율도 못 채웠다. 한적한 아파트 단지에선 인테리어 공사에 열중하고 있는 공사 인부와 경비원만 눈에 띌 뿐이었다. 청라 지구를 떠나 영종대교를 건너 1시간 여를 달린 끝에 영종지구 내 C아파트를 찾았다. 최근 총 328가구 중 잔금을 안낸 164가구가 통매각될 위기에 놓였다는 곳이다. 완공된지 1년 2개월이 다됐지만 128가구만 사람이 산다는 이 아파트 앞은 달랑 초등학교만 있을 뿐 온통 영종하늘도시 공사판으로, 입주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인근 공항신도시 D부동산 관계자는 "통매각 된다는 보도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졌다고 입주민들이 질색을 했다"며 "상가나 학교 등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살기가 힘들어 매물을 찾는 사람도 드물다"고 전했다. 지난 2007년부터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ㆍ청라지구에 공급돼 최근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들이 저조한 입주율 때문에 '유령 아파트'로 전락하고 있다. 영종ㆍ청라지구엔 최근 3년간 3만 여 가구가 분양되는 등 아파트 공급이 홍수를 이뤘었다. 청라지구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2만6987가구가 분양을 마치고 공사 중이며, 앞으로도 3000여 가구가 공급된다. 영종 지구도 지난해 6000여 가구가 공급됐다. 청라지구는 분양도 잘돼 한때 송도와 함께 인천 부동산 경기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불렸다. 영종 지구도 잇단 개발 호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두 지역은 현재 '입주 대란'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유령의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이처럼 영종ㆍ청라 지구의 입주율이 저조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입주 예정자들이 살고 있는 집을 팔지 못한 게 큰 원인이다. A 아파트의 한 직원은 "워낙 조경과 시설이 좋아 입주율이 최소 10%는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더 고전 중이다"라며 "계약자들이 잔금을 내기 위해 살던 집을 내놨는데 팔리지 않아 입주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등 기반 시설 미비도 주요 원인이다. 실제 청라ㆍ영종 지구 내 최근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 주변은 여전히 공사 중으로 학교, 상가 등 생활 필수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B아파트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아이가 다닐 학교가 아직 공사 중이어서 이사를 올려다 못 온다는 사람이 많다"며 "며칠 살아 보니 온통 공사장인데다 상가도 없고 기반 시설이 너무 안 돼 있다"고 말했다.입주율 저조는 건설사들에게도 큰 문제다. 자금이 돌지 않아 경영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건설사들은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A아파트의 경우에도 기존 주택 거래에 드는 부동산 수수료 대납, 오는 12월까지 잔금연체 이자율 6% 적용, 스포츠센터 1년간 무료 이용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입주율 높이기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A 아파트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시설을 갖춘 아파트인 만큼 100% 입주 완료를 목표로 잡고 있다"면서도 "기반시설이 너무 안 돼 있고 부동산 경기 침체가 너무 심해 절반 정도가 현실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봉수 기자 bskim@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