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불과 몇 달 전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교육계 비리가 터져나왔다. 교감·교장과 장학사·장학관이 인사권을 놓고 얽혀 있는 고질이 드러났다. 몰매를 맞던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장공모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외부전문가를 교장으로 모셔 인사비리를 끊어내고 교육계에 활력에 불어넣겠다고 외쳤다. 교육감의 과도한 권한을 견제할 수 있다는 배경도 깔렸다.많은 사람들이 취지에 공감했다. 참신한 인물이 공교육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도 겹쳤다. 교육당국은 교장공모제의 대폭 확대를 선언했다. 교과부는 10%로 예정돼 있던 공모제 시행 비율을 50%로 키우겠다고 나섰다. 서울교육청은 아예 100%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교장공모제가 처음의 취지를 실현시키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드문 듯 하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결국 속 빈 강정이었고 허랑한 숫자놀음이었다는 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문제의 핵심은 ‘공모’ 아닌 ‘공모’였다는 점이다. 공모제를 시행했지만 거의 모든 대상학교에 ‘초빙형’ 교장공모제가 적용됐다. 초빙형은 교장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공모제에 지원할 수 있다. 교장자격증 소지자와 학교 수의 비율이 1 대 1∼1.5 대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교장자격증 소지자만 지원할 수 있는 교장공모제는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라고 해도 별로 틀릴 게 없다.이제 교장공모제는 새로운 교총 회장 당선으로 기로에 섰다. 안양옥 당선자는 교원평가제와 더불어 교장공모제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역설하고 있다. 교총은 17만여명의 교원을 대표하는 최대 교원노조다. 지금 시행 중인 교장공모제가 ‘무늬만 공모’에 불과하다면 교육당국은 교총의 주장을 쉽사리 제압할 근거가 없다.물론 아직은 시행초기다. 그러나 새로운 인사를 모셔 교육계를 혁신하겠다는 취지는 온데 간데 없이 ‘무늬만 공모’인 제도를 들고 목소리만 키우고, 숫자만 불렸던 것이 아닌지 교육당국은 냉정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단 10%라도 제대로 공모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면 교육당국은 당당히 교장공모제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김도형 기자 kuerte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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