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주요국 정책공조 강조-환율절상 억제-저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 등 유사'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한국 경제가 지난 1980년대 후반 부동산 및 주식 버블이 꺼지면서 장기 불황으로 빠졌던 일본 경제 구조와 유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은행이 낮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이유로 금리 인상에 실기(失機)할 경우 경기진폭(Boom-bust Cycle)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경고도 잇달아 주목된다. 12일 일본 노무라증권은 한국경제 보고서(South Korea: Reminiscent of late-1980s Japan, Nomura Asia Economic Weekly)를 통해 한국이 일본의 장기 불황 직전의 경제 흐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채권 및 주택 이외 대출자산 버블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권영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관심과 은행 건전성 제고 등에 힘입어 당시 일본식 버블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저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중소기업 및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회사채에 대한 투기적 수요 등으로 금리 인상에 갑자기 내몰릴 경우 큰 폭의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이 저물가 정책을 유지하고 정부가 주요국과의 정책 공조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치면서 경기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가 일본의 버블 형성 과정과 가장 유사한 점은 '중앙은행의 저금리 장기화', '주요국 정책공조', '환율절상 억제' 등이 꼽혔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종전 통화량 관리 정책에서 단기금리 정책으로 선회한 것과 같이 한국은행도 물가안정목표로 정책운용 체제가 변경되면서 단기 금리를 중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과 가계 부문의 대출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통화증가율이 명목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과잉 유동성이 지속돼 버블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국과의 정책 공조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부분도 일본 경제와 비슷한 대목이다. 지난 1987년 미국의 주가 대폭락(블랙 먼데이) 이후 달러화 가치 붕괴를 우려한 미국 정부가 일본에 금리 인하를 요구함으로써 일본 내에서 급격한 엔 강세 억제를 위한 저금리 유지가 국제 정책 공조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 바 있다는 것. 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와 신임 한국은행 총재 모두 출구전략에 있어 국제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곧 원화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주요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까지 한국은행이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올라가는데 있어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것도 주요 관심사다. 한국은행의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가 원화 절상을 저지하기 위한 시장 개입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일본도 엔화 강세 저지가 일본의 국가 의제 중 하나였다"며 "이후 일본은행의 독립적인 통화정책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며 관련 유사점을 꼬집어 말했다. 이밖에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충격 이후 빠른 경기회복세와 비용 요인에 기인한 소비자물가상승률 안정세도 현재의 한국 경제와 지난 1980년대 후반 일본 경제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가급적 글로벌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1980년대 후반 국제파에 의해 주도됐던 일본 은행과 현 한국은행 총재의 정부 및 국제 공조와의 협력 기조도 닮아있는 것으로 언급됐다.한편 노무라증권은 한국 정부의 성장 중시 정책을 반영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소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금리 인상폭은 기존 1.5%에서 0.5%로 축소, 인상 시기도 오는 6월에서 9월로 변경한 바 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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